“사람이 곧 재산”이라고들 한다.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뜻할 뿐 아니라 어려울 때 도움을 건네 줄 ‘안전망’이 넓다는 의미에서 분명 재산이라 할 만 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인맥관리에 관한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성공을 위해서는 IQ보다 NQ,, 즉 네트워크 지수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최근 발표 된 한 조사에서 100세 이상 사는 장수노인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지역사회의 지지기반이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언제라고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10명만 넘는다면 일단은 ‘건강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어차피 사회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세상인 만큼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고 싶은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인맥관리에 대해 나름대로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인간관리 유형은 대체로 다섯 가지로 나뉠 수 있을 듯하다. ‘마당발형’ ‘그물형’ ‘말뚝형’ ‘점형’ ‘안테나형’이 그것이다.
‘마당발형’은 말 그대로 발이 넓고 관리에도 적극적인 유형이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외형적인 재산이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물형’은 교제 범위는 넓지만 깊이가 별로 없어 관계의 밀도가 떨어지는 유형이다. ‘마당발형’과 비슷하지만 정작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 외화내빈 네트워크이다.
‘말뚝형’은 수는 적어도 깊이 있는 관계를 맺어 가는 유형이며 관계 자체에 근본적으로 별다른 관심 없이 고독을 즐기는 사람은 ‘점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테나형’은 마당발처럼 폭이 넓지는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핵심인사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어 가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인맥관리의 효율면에서 볼 때는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할리웃의 대표적인 마당발 인사였던 자니 그랜트 할리웃 명예시장이 9일 84세로 타계했다. 할리웃 ‘명성의 거리’ 헌액 행사와 할리웃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통해 한인들에게도 친숙했던 그랜트는 할리웃 연예계는 물론 정계와 경제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통 사람들은 꿈꾸기 힘들 정도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왔다. 레이건 전 대통령과 코미디언 밥 호프는 그가 생전에 가장 친한 친구로 꼽았던 인사들이다.
그의 폭넓은 인맥의 가장 핵심적인 바탕은 뭐니뭐니 해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나섰던 좋은 인간성과 주위 사람들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했던 진실성이었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그랜트가 생전에 마이크를 잡았던 이런저런 행사만 무려 5,000개가 넘는다.
살아 있을 때 쌓아놓은 인간관계에 대한 결산은 죽은 후에 이뤄진다. 10일 아침 미국 FM방송의 한 인기 있는 DJ는 “그랜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허브(hub)형 인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허브’는 본래 자전거 등의 바퀴에서 살이 꼽히는 휠의 중심부를 말한다.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비행기가 연결되는 공항을 ‘허브’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을 통해 다른 인간관계들이 형성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사람이 ‘허브형’ 인간이다. 이런 인맥의 영향은 개인차원을 넘어 선다. 그런 점에서 ‘허브형’ 인간의 타계는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의 인맥은 어떤 유형일까. 자니그랜트의 부음을 들으며 던져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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