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은 39초에 극적으로 승부가 났지만, ‘수퍼 화요일’의 대선 경선(민주당의 경우)은 무승부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장정의 혈투는 흥행 효과와 함께 앞으로 몇 달 더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화요일 선거는 묘한 결과를 가져왔다. 힐러리가 우세승을 거두었음으로 그녀의 ‘대세론’은 건재하고, 박빙의 ‘오바마 돌풍’ 역시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잘 거론되지 않고, 포커스가 민주당으로 쏠리는 이유는, 성(Gender)의 천정을 뚫고 힐러리가 선출되느냐? 인종(Race)의 장벽을 허물고 오바마가 선출 될 것 인가?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실시된 양당의 예비선거에서 공화당은 예상대로 매케인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는 대의원 1,191명을 확보해야 지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5부 능선을 넘어선 현재, 대의원 513명 확보로는 아직 모자란다. 그렇지만 화요일 7개 주의 승리로 결정적 승기를 잡았으므로 앞으로 손쉬운 싸움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케인은 예비선거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하반기 까지만 해도 선두 주자 줄리아니에 비해, 고령에다 선거자금이 바닥나는 등 레이스에서 일찌감치 도중하차 할 줄 알았다. 소위 매케인은 ‘조기 퇴출 후보 0순위’였다. 그런대 그는 월남전의 영웅다운 정직과 성실, 신뢰감을 유권자에게 심어주어 불사조의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매케인은 민주당의 힐러리나 오바마 중 누구와 싸워도 이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대세를 굳혔다.
여기에 비해 민주당의 땅 따먹기 싸움은 정말 재미가 있다. 힐러리는 대의원 숫자가 제일 많은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9개 주에서 승리해 실질적인 이득을 보았고, 오바마는 일리노이와 조지아 등 13개 주에서 이겨, 힐러리보다 더 많은 주를 끌어들이는 명분은 쌓았지만, 대의원 숫자가 적은 주라서 손해를 본 셈이다. 힐러리는 애리조나, 아칸소,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뉴저지, 뉴멕시코, 뉴욕, 오클라호마에서 이겨 대의원 783명을, 오바마는 동서남북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 즉, 앨라배마, 알래스카, 콜로라도, 코네티컷, 델라웨어, 조지아, 아이다호, 일리노이, 캔사스, 미네소타, 미주리, 노스다코다, 유타 등 13개 주를 승리로 이끌어 대의원 709명을 확보했다. 따라서 후보 결정 대의원 숫자인 2025명을 획득 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전국의 투표 성향을 분석해 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보통 한국의 지역감정, 연고주의를 고질병이라고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미국도 지연, 출신지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금방 알 수 있다. 뉴욕출신 상원의원인 할러리는 57대 40으로 오바마를 눌렀다. 일리노이 출신인 오바마는 64대 33으로 힐러리를 압도했다. 힐러리는 남편의 고향 아칸소에서 70대 30으로 이겼다. 그리고 오바마는 그의 어머니 고향 캔사스에서 74대 26으로 압승했다.
인종 문제도 이번 수퍼 화요일의 두드러진 현상이다. 백인 보수층 은퇴 여성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애리조나, 오클라호마, 뉴멕시코, 테네시 같은 곳은 힐러리가 이겼다. 그런데 흑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남부주인 앨라배마, 조지아에서는 오바마가 압승했다. 히스패닉의 지지를 받고 있는 힐러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오바마를 일방적으로 따돌렸다. 만약 이번 캘리포니아 선거에서 오바마가 히스패닉의 지지를 업었다면, 수퍼 화요일은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남은 경선은 오바마 돌풍이 확산되어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경제’다, 그리고 이라크와 테러 전쟁, 헬스케어 문제로 압축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 힐러리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오바마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유권자 52%가 ‘변화’를 후보자의 최고 자질로 꼽고 있고, 23%만이 ‘경험’을 지적했다. 오바마 돌풍의 진원지는 바로 여기다. 아침 출근길에 투표를 하면서, 나 역시 후보자의 경험과 변화에 대해서 선택의 고심을 했다. 결론은 나는 변화를, 집 사람은 경험을 선택했다.
시카고, LA, 뉴욕 등지의 미주동포 사회에서도 이번 선거에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였다고 한다. 선거 양상이 박빙으로 일반의 관심이 고조 된 데에다가, 한인들이 정치력 신장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정치는 로컬이다”라고 할 때, 비단 대통령이나, 상하의회 의원직뿐만 아니라 지방 정치 출마자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종 사회 봉사단체는 물론,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우리 언론 매체도 그 계몽을 위해 더 노력을 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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