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女로비스트 무슨 일 있었나… 파문 확산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과거 한 여성 로비스트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미 정가에 거센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매케인측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뉴욕타임스와의 전면전을 선언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있는 그대로를 보도했을 뿐’이라며 물러서지 않아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드러지 리포트 등 인터넷 매체는 물론 워싱턴 포스트, CNN, 폭스 뉴스 등 미국 유력 매체들도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이번 파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 정가의 로비정치와 맞서온 ‘클린’ 이미지로 11월 대선 승리를 노려온 매케인은 이 보도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사활을 건 반격에 나서고 있다.
◇ 매케인-女로비스트 무슨 일 있었나
이번 파문의 발단은 매케인 의원의 최고 선거전략가였던 존 위버가 1999년 워싱턴 중앙역인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통신업계 로비스트인 비키 이세만(40)을 만나 매케인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이온미디어네트웍스로 이름이 바뀐 팩손통신사의 로비스트였던 이세만은 1999년 당시 매케인의 모금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았으며 선거준비를 돕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회사 전용기를 제공, 측근들의 우려를 자아냈다는 것.
이세만은 워싱턴의 통신업계 로비스트들의 모임에서 정기적으로 매케인 및 그의 사무실 직원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자랑했으며 측근들은 결국 이세만의 사무실 출입을 금지해야 했다고 익명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매케인의 측근들은 1999년 당시 두 사람이 일종의 로맨틱한 관계에 빠졌다고 믿었지만 매케인과 이세만 모두 그러한 의혹을 부인했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세만은 1999년 당시 매케인을 비롯한 상원통상위원들을 설득해 미 연방통신위(FCC)에 팩손통신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편지를 보내도록 했으며, 매케인 위원장도2년째 미결 상태였던 팩손의 피츠버그 텔레비전 방영권 매입 문제를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두 통의 편지를 FCC에 보냈다.
◇ 매케인측 ‘NYT와 전쟁’ 선언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자 매케인은 부인 신디 여사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부인하고, 측근 참모들은 뉴욕타임스와의 전쟁을 공언하는 등 총력 반박에 나섰다.
매케인은 이날 선거운동 중인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부인 신디 여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뉴욕타임스 기사내용에 실망했다면서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매케인은 회견에서 나는 국민의 믿음을 배반하는 일을 하거나, 국민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어떤 결정을 하거나 특정 조직에 특혜를 주는 일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캠프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자 1시간 만에 ‘시중의 소문을 여과 없이 전하는 저질 행태’라고 반박하는 성명을 내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매케인 캠프의 참모들은 미국 신문 방송들과의 해명 인터뷰를 통해 이번 보도 내용은 지난해 12월에 드러지 리포트에 나온 얘기인데다 다른 매체가 이를 쓰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타임스가 서둘러 보도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설명도 충분히 싣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매케인의 핵심 선거참모인 찰리 블랙은 뉴욕타임스가 소문과 가십을 퍼뜨리고 있다며 뉴욕타임스와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 강경한 뉴욕타임스
파문이 확산되자 뉴욕타임스는 빌 켈러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번 보도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문제될게 없다고 반박했다.
켈러 편집인은 우리는 기사 자체가 모든 걸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며 보도 시기에 대해서는 우리는 준비가 끝나면 기사를 내보낸다. ‘준비됐다’는 것은 만족스러운 정도의 사실 확인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켈러 편집인은 또 모든 당사자들은 충분하고 공평한 대응 기회가 주어지고, 기사는 적절한 문맥과 법적 검토를 거쳐 출고된다며 이 기사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사가 오랜 취재 끝에 출고된 것이라며 내 데스크에 19일 오후에 기사가 올라와 최종 편집과 우리 변호사들의 통상적인 검토를 거쳐 이를 내보냈다고 밝혔다.
◇ 당사자 위버의 보도경위 해명
여성 로비스트 이세만을 만나 매케인 곁을 떠날 것을 종용한 당사자인 존 위버도 의혹과 파문이 확산되자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매케인의 최측근 선거참모로 일하다 지난해 캠프를 떠난 위버는 성명을 내고 뉴욕타임스가 이미 자신과 이세만이 만난 사실을 알고 공식 인터뷰를 요청해와 이를 거절하고 서면으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위버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세만이 통상위원회, 그리고 매케인 참모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다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고,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시인했다. 이세만이 통상위원회 및 매케인 참모들과 친밀한 관계라는 얘기는 잘못됐고, 해로운 것이었기때문이라고 위버는 설명했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이미 자신과 이세만의 회동 사실을 알고 있어 기사를 써도 좋다는 조건으로 서면 인터뷰에 응했으며, 같은 날 답변서 사본을 매케인 선거캠프에도 보냈으나 매케인에게는 이세만과 만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매케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 입다문 미모의 로비스트 이세만
의혹의 한 복판에 선 40세 미모의 여성 로비스트 빅키 이세만은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
파문의 모든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입장을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세만은 미국 언론의 집요한 추적을 피한 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케인측의 적극적인 해명과 당사자들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파문은 결국 그녀가 직접 해명하기까지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세만이 매케인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말을 한마디라도 내뱉는다면 미국 대선 판도 전체가 흔들리는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언론의 집요한 추적보도가 이어질 경우 매케인과 로비스트들 간의 또 다른 부적절한 관계가 들춰질 위험성도 없지 않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거물 정치인과, 미모의 여성 로비스트, 미국 최고권위의 뉴욕타임스 신문이 어우러져 벌이고 있는 ‘진실게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인들의 화제와 시선을 한동안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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