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판승’, 힐러리 `기사회생’ 결정, 오차범위 박빙
힐러리 백악관 비상전화 광고 비장의 무기 꺼내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1일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의 마지막 최대승부처로 떠오른 미니 슈퍼화요일로 불리는 텍사스와 오하이오 등 4개 주 예비경선을 사흘 앞두고 그야말로 불꽃튀는 TV 광고전을 전개하고 선거지역 곳곳을 누비며 총공세에 나섰다.
배정된 대의원 수가 많아 전략적인 선거지역에 해당하는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두 후보가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누구도 우열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현재 지지율에서 박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니 슈퍼화요일의 선거결과는 민주당 대선후보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한다고 할 만큼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오바마는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힐러리를 이기면 최근 경선에서 거둔 11연승을 바탕으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CNN방송의 대의원 집계에 따르면 오바마가 현재까지 1천369명(슈퍼 대의원 185명)을 확보해 힐러리의 1천267명(슈퍼 대의원 236명)보다 102명이나 앞서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지명을 받으려면 최소 2천2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힐러리는 이번에 지면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과 부부 대통령이라는 꿈을 한여름밤이 무르익기도 전에 접고 영예로운(?) 중도사퇴의 길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진의 각오로 임하고 있다.
힐러리도 지난번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변화와 희망을 내세운 오바마의 돌풍에 밀려 뼈아픈 패배를 한 뒤 뉴햄프셔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던 것처럼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승리를 거두면 오는 4월22일 펜실베이니아 프라이머리(예비선거)까지 승부를 연장해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가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변화무상하고 예측하기 힘든 롤러코스터 승부를 보여줬던 이번 경선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길은 미니 슈퍼화요일 선거에서 승리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 선거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백악관 비상전화 광고로 승부 걸어
힐러리는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백악관에서 심야에 걸려오는 국가적 상황임을 알리는 비상전화를 누가 받기를 원하느냐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비장의 무기로 내놓았다.
이 광고는 잠들어 있는 어린이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화벨이 계속 울리는 것으로서 시작되고 광고 속의 내레이터가 당신의 투표가 전화에 답할 사람을 결정하게 됩니다라면서 누가 새벽 3시에 이 전화를 받기를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이는 세계지도자들을 알고 군사와 안보에 정통한 힐러리가 누구보다 국가적인 비상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지도자라는 암시를 담은 것이다.
오바마는 이 광고에 맞서는 대응광고를 곧바로 내보내면서 경험보다 새벽 3시에 백악관에 비상전화가 걸려왔을 때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그들은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며 우리에게 투표를 하지 못하게 겁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전날 유세에서 우리는 비상전화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라크 침공 결정이었다. 클린턴 의원은 잘못된 결정을 했고 조지 부시와 존 매케인도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힐러리와 매케인을 싸잡아 비판했다.
◇힐러리 오바마 東에 번쩍 西에 번쩍
힐러리와 오바마는 이번 경선에 걸린 대의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선거지역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식으로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로 바쁘게 누비고 있다.
힐러리는 이날 오바마의 돌풍을 잠재우고 선거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샌안토니오와 댈러스 등 텍사스에서 인구가 많은 지역을 돌면서 자신이 국가비상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할 경륜을 갖춘 후보임을 강조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힐러리는 또 이날 늦게 텍사스 유세를 마치면 비행기를 타고 2일 오하이오 유세를 위해 떠날 예정이다.
그리고 힐러리는 3일 오후 텍사스 오스틴으로 돌아와 마지막 유세를 펼칠 예정이고 선거 결과에 대한 성명은 4일 오하이오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오바마도 힐러리의 우세지역인 오하이오 주도인 클리블랜드 근교인 파르마로 떠나기 앞서 로드 아일랜드에 잠시들러 이번 투표가 끝난 뒤 텍사스에서 최초의 흑인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축하 기념식을 가질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선거진영에서는 힐러리가 이번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하면 사실상 대선의 꿈을 접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에 오바마의 대의원 격차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국에는 좌절하고 말 것이라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오바마 힐러리 오차범위 박빙승부
이번 경선에서 전략지역에 해당하는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오바마와 힐러리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오차범위내의 박빙이다.
로이터와 씨스팬-조그비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루전인 지난달 29일 텍사스에서 오바마 45%로 힐러리를 2%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하이오에서는 이날 두 후보가 45%로 동률을 이뤘다. 이 조사는 민주당 유권자 7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오차범위는 ±3.8%다.
하지만 폭스뉴스와 오피니언 다이내믹스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오하이오에서 46%대 38%로 크게 앞섰고 텍사스에서는 45%로 오바마에게 3% 격차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민주당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오차범위는 ±4%다.
jae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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