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우재준 교수, 육원자 재정상담가, 윤정석 부동산협 회장 <사진=임명환 기자>
불경기일수록 은퇴대비 서둘러야
정부대책 주효하면 부동산 회복 빨라질 수
경기 변동이야 몇년 주기로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면서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하고 두둑하게 주머니를 채울 때도 있는 법이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이 어디쯤 와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잘 간파하고 있어야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마련이다.
본보가 ‘긴급 진단, 미국 경제는 지금’이라는 주제로 마련했던 경제 세미나에서는 경제학자, 재정상담가, 부동산중개인이라는 세 명의 전문가들이 이론과 실제에 있어 현재 미국 경제의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을 예견하면서 지금의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봤다. <편집자 주>
“무역수지적자 해소가 관건”
우재준 드폴대 경제학 교수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 최근 미국 및 세계 경제 동향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제시해 보는 것이 우재준 교수가 택한 주제였다. 그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지난 몇 년간 미국의 경제가 변모해 온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 교수는 2000년 미국 증권 시장에 위기가 오고 IT 산업의 열기가 끝난 뒤에, 2001년 9·11테러의 직격탄을 맞으며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미국 경제는 2004년 중반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계속 기준 금리를 내리면서 이자율이 크게 낮아졌고 정부도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당시의 낮은 이자율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에게는 큰 혜택이어서 모기지 융자를 저금리로 얻어서 집을 장만하거나 세컨 홈 등 투자용 집을 사기도 쉬워져 부동산 시장은 크게 호황을 누리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다 보니 심리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끼게 된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커져서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우재준 교수는 “소비의 증가는 다른 나라로부터의 물품 수입의 증가로 이어졌고 미국의 수출에 비해 수입이 월등히 증가하다보니 2003년부터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빠른 속도로 쌓여갔다”며 “결국 이런 무역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돈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신용도를 믿고 있는 다른 국가들로부터 빌려옴으로써 충당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12월 현재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8,13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 교수는 “이런 무역 수지 적자가 달러 약세로 인한 미국의 수출 증진으로 원만히 해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였다”고 지적한다. 그는 달러가 유로나 파운드에 비해서는 많이 절하됐으나, 중국의 위안화에 비해서는 덜 절하됐기 때문에 앞으로 위안화나 엔화에 대해서는 달러 약세가 더 진행되고 한국의 원화에 대해서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회복과 금융 위기 극복이 과제
미국의 엄청난 무역수지 적자가 달러 약세로 인한 수출입 균형으로 회복되면서 미국의 불경기 조짐이 연착륙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소비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연방금융당국이 금리를 다시 올리면서 변동 금리로 주택 융자를 받았거나 새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고, 2005년부터 부동산 경기는 하강 국면으로 반전하면서 부동산 투기가 만연했던 지역들에서 실제 가치를 뛰어넘어 고평가 됐던 주택 시세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좀더 높은 금리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융자를 해줬던 업체들의 경우, 금리가 올라 대출금을 못 갚는 사람들로 인해 속속 문을 닫게 된 것은 물론이다. 거기다 유가까지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오르고 있다는데 미국 경제 위기의 심각성이 있다.
우재준 교수는 “지금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엄청나게 쌓여있고, 부동산 시장과 이를 뒷받침했던 금융 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기다 유가까지 치솟는 상황인지라 저성장 고물가를 뜻하는 스태그 플래이션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결국 언제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 경제학자들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경제가 회복되는데 빠르면 2년, 길게는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재준 교수는 “미국 경제의 노동 생산성이 약화되고 있고,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정부가 헬스 케어, 소셜 시큐리티 등 사회보장제도를 위해 부담해야할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국가적 신뢰도를 유지해 다른 국가로부터 계속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 것 인가가 관건이고 경제가 되살아나려면 빨라도 1~2년 늦으면 3~4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빚 줄이고 적절한 투자 필요”
육원자 재정상담 전문가
육원자 재정상담 전문가는 경제가 안 좋은 지금의 시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개인별 투자ㆍ자산 관리 방법과 특히 어떻게 분산투자를 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설명했다. 경제 위기 시대에 가장 유념해야할 사안은 네 가지다. 먼저 부채를 줄여야 한다. 육원자씨는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먼저 빚이 없어야 한다. 필요하지 않는 것은 사지 않고, 크레딧 카드 사용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축했을 때 얻는 이자율은 3%인데 비해 카드 이자율은 25% 정도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버는 한도 내에서 필요 없는 것을 사지 않는 것. 버는 것 보다 더 쓰는 것을 자제해서 빚을 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비상금(cash reserve)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비의 3개월 내지 6개월치를 비상금으로 보유하기 위해 단기로 정기예금(CD) 등에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동차 사고가 나거나, 지병이 발견되는 등, 업친데 덥친격으로 발생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런 위험을 떠넘길 수 있는 보험 같은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은퇴 자금을 위한 대비를 미리 서둘러야 한다. 육 상담가는 “학자금은 융자해주지만 은퇴 융자는 힘들다. 요즘 일반적으로 수명이 길어져 은퇴 준비를 미리 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은퇴 한 뒤의 수입과 지출을 미리 잘 따져보고 은퇴 자금을 위한 투자를 늦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퇴 뒤에는 모기지등이 다 갚아져 있지만 헬스 케어에 들어가는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소셜 시큐리티의 경우, 1930년대에는 16명이 1명의 은퇴자를 지원하는 형국이었다면 지금은 3명이 1명. 2030년에는 2명이 1명을 지원하게 되는 셈이다. 소셜 시큐리티의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결국 소셜 시큐리티에 의존해서는 은퇴 뒤에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 지고 있다는 말이다.
투자의 목적과 전략을 분명히 해야
투자에는 캐시, 정기 예치금, 채권, 증권, 벤쳐 캐피탈, 부동산, 금 같은 현물 투자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게 된다. 단기 투자에는 인플레이션 위험부담, 채권에 투자할 때는 이자율을 잘 따져야 한다. 증권 투자에도 경제와 시장 상황을 간파하지 못할 때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육원자 재정상담가는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펀드 등의 가치가 떨어질 때 오히려 팔았다가 손해를 보느니 추가 자금을 넣어 저렴하게 구입했다 가치 오르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고, 증권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지 단기적인 차익을 노리는 투기는 금물”이라고 전했다.
투자의 목적은 분명해야 하고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것인가도 미리 파악해야 한다. 투자의 전략으로 위험부담을 줄이고 수익률도 낮추는 보수적인 방법을 택할 것인가 위험부담 떠안고 수익률도 높이는 공격적인 방법으로 가져갈 것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육원자 재정전문가는 “투자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모인 자금을 언제 찾아서 쓸 것인지를 미리 계산한 다음에 위험 부담과 투자 수익률을 고려해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타이밍을 맞추는 투자와 주기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셀러는 여유 갖고, 바이어는 모기지 점검”
윤정석 일리노이 한인부동산인협회 회장
윤정석 부동산인협회 회장이 지적하는 부동산 불황의 원인은 9·11 이후에 경기 부양을 위한 금융 당국의 과감한 단기금리 인하를 비롯해 서브 프라임 사태를 유발한 모기지 상품의 다양화 및 무한대의 위험 모기지 상품 출현을 들 수 있다.
예전 증시 불황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으로 대거 유입했고, 콘도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신축 붐이 일면서 높은 분양가가 형성되고 아파트를 콘도로 전용하는 것도 아파트 값 인상을 부채질 했다. 초단기 투자 이익을 위한 투자가 남발됐다.
그 결과 콘도 시장은 공급 과잉을 겪고 있고 타운하우스와 단독 주택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급매물이 나오고 있어 바이어 마켓이지만 수요자들도 강화된 모기지 심사 기준으로 인해 집을 사는데 어려움이 많다. 상가는 실수요자 위주로 움직이고 있고 공업지역은 타주나 타국의 개발자 중심으로 재개발되고 있으며 아파트 건물은 거품이 빠지고 있다.
전미부동산협회(NAR)의 데이터를 인용해 윤정석 회장은 “올해 2분기부터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추가 정책의 제시되고 급매물이 소화되는 데다가 모기지 이자율과 융자 조건이 완화되면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금도 이제 모기지 이자율이 좋아서 마켓에 다시 뛰어들어야겠다는 바이어도 나서고 있고 가격이 이제 떨어질대로 떨어졌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생각이다.
단기 판매(short sale)에 있어 현재 채무 불이행 증가율 전년월 대비 57% 증가했다는 것도 중요한 논점이다. 윤 회장은 “이로 인해 셀러에게는 일반 매물에 급매물이 가세 된다는 영향을 미치고 바이어에는 이를 잘 이용하면 싸게 집을 살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며 “셀러는 경매에 비해 단기 판매를 이용하면 크레딧 회복이 빠를뿐더러, 주변 사람들이 이를 싸게 살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 희망적 요인 많아
윤 회장은 “셀러의 경우 바이어 마켓이므로 꼭 팔아야 하지 않으면 올 중반기까지 기다리면서 판매제시가격을 처음에 내놓을 때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놓는 것이 중요하며, 바이어의 경우 모기지 융자를 못 얻어 클로징 안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미리 잘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도 미리 모기지 계약에 어떤 장애물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미리확인하고 관련 세금, 보험이 많이 올랐으므로 이를 감안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리 계획이라든가 앞으로 인근 지역의 도시 계획이 어떻게 돼 있는지 파악해야 구입한 건물이 비어있게 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윤정석씨는 현재 정부가 서브 프라임 구제책과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부동산 시장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에 만들어진 차압 구제 계획으로 인해 변동금리로 2005년 1월부터 2007년 7월 사이에 모기지 융자를 받은 사람 중 2008년 안에 만기(증가율이 10%)가 도래하며 크레딧 점수가 660점 미만이고 연채된지 30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 지금 현재 이자율이 5년동안 동결된다.
이밖에도 주택 단기 판매를 통해서 차액을 얻은 사람에 대해서 이를 수입으로 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모기지 포기브니스 액트 (The Mortgage Forgiveness Act of 2007)라든가 세금 환급 경기 부양책도 있다.
윤정석씨는 “FRB가 단기 금리와 할인율을 더 인하 할 가능성도 있고 다운페이 보조 프로그램과 경매갈 물건 중, 현재 시가까지 채무 탕감을 해주는 새로운 부동산 활성화법도 예정돼 있다”며 “공화당이 재집권의 야망이 있다면 11월까지 경제 살리기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하면 전체 경제가 힘들게 되므로 부동산 경기 회복에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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