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까지 경선완주뒤 새 정치활로 모색할듯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불쌍한 힐러리(Poor Hillary)
힐러리가 지난 13일 웨스트버지니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의 대의원수 격차를 산술적으로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이 쓴 표현이다.
힐러리가 민주당 대권경쟁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했음을 언론들이 결론내린 것.
이로써 미국 역사상 최초 여성대통령 및 최초 부부 대통령 탄생이라는 새로운 역사쓰기에 도전했던 힐러리의 꿈은 일단 `일장춘몽’으로 막을 내려가고 있다.
◇힐러리, 언제 패배 선언할까 = 힐러리는 내달 3일 사우스 다코다주와 몬태나주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선까지 완주할 것임을 분명히 하며 아직까지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힐러리는 웨스트버지니아 경선에서 `빛바랜 승리’를 거둔 뒤 언론과 민주당내 대다수 지도부, 심지어 캠프내에서조차 `게임’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모든 유권자들의 의견이 경선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경선과정에서 빚어진 당내 갈등을 치유하고 본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빨리 힐러리가 경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선완주를 재차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웨스트버지니아 경선 이후 힐러리도 오바마의 승리를 인정하는 듯한 언급을 하고 있다.
힐러리는 경선 다음날인 1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달 3일까지 당내경선을 완주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내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오바마를 찍지 않는다면 중대한 실수를 하는 것임을 이해시키도록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선이 끝난 뒤 이에 승복, 오바마를 중심으로 당이 단합되도록 적극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힐러리 캠프에서도 “이변이 없는 한 힐러리는 6월 3일 경선을 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힐러리는 일단 경선을 완주한 뒤 패배를 인정, 오는 8월말 전당대회를 당의 화합과 대선승리를 위한 출정식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완주, 힐러리 무엇을 원하는가 = 승부가 끝났다는 대부분의 관측에도 불구하고 힐러리가 패배를 인정 않고 마지막 경선까지 참가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1차적으로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힐러리로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향후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포석으로 일단 해석된다.
힐러리는 지금까지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 오바마를 앞서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 뉴욕 등 규모가 큰 주는 물론 본선의 승패를 좌우할 이른바 `그네 주(swing state)’인 플로리다주, 미시간주, 오하이오주,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자신이 승리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당의 최종 처리여부가 주목되는 플로리다주와 미시간주의 경선결과가 그녀에겐 실낱같은 희망일 수 있다. 두 주는 당의 방침을 어기고 조기 프라이머리를 강행, 당으로부터 전당대회에 파견할 대의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제재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힐러리가 두 주에서 압승했다는 점에서 당원들의 `투표권’이 인정될 경우 힐러리로선 희박하지만 극적인 막판뒤집기를 위한 발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오바마에게 자신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토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경선과정에 진 빚 2천만달러를 상환하기 위해 경선을 지속하며 선거자금을 모금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없지 않다.
◇힐러리의 향후 행보는 = 여러 가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현 단계에서 힐러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부통령 후보로 오는 11월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른바 민주당내에서 거론돼온 `드림카드’다.
민주당 내부에선 11월 본선 승리를 위한 방안으로 오바마-힐러리 카드를 진작부터 거론해왔다. 힐러리도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힐러리 부통령 콤비’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 하지만 1차적 선택권은 오바마에 달려 있다.
일각에선 힐러리가 오는 2012년 대권 재도전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었던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딕 모리스는 힐러리의 경선완주에 대해 2012년 대선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힐러리는 차기 대선에선 65세로 한번 더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것.
대권도전에 앞서 힐러리는 상원의원으로서 계속 활동하면서 상원 원내대표로 정치적 입지를 넓힐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특히 올해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선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공화당과의 의석수 격차를 더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훨씬 더 많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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