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간의 대결로 좁혀지고 있는 올해 미국 대선은 변화냐 기존 노선의 고수냐를 가름하는 한 판 승부가 될 전망이다.
사상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는 ‘변화’의 기치를 내세워 ‘경험’을 앞세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누르고 경선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매케인은 공화당 내에서는 ‘이단자’로 불릴 만큼 진보적이지만, 이라크전을 비롯한 대테러 전쟁이나 경제문제 등 핵심 정책들은 기존의 조지 부시 행정부와 대동소이하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은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는 혁명적 변화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매케인이 승리한다면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와 토대가 비슷한 국정운영이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올 가을 대선에서 변화냐 보수냐의 선택을 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오바마가 쉽게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가 하면, 결국 승자는 매케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예상외로 큰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 있는 반면, 어떤 경우에든 박빙 대결이 될 것이란 추정도 있다.
오바마가 승리할 것이란 관측은 공화당이 이미 두 번 잇따라 집권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와 존 케리 후보에게 모두 근소한 차이로 이겨 집권했지만, 8년간의 성적표가 지극히 나쁘기 때문에 미 국민이 이번에 또다시 공화당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소모적인 이라크 전쟁에 미 국민이 식상해 있고, 최근 경제사정 마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또다시 공화당에게 기회를 주기보다는 젊고 때묻지 않은 오바마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매케인이 이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오바마의 승리 관측을 미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로 치부한다.
겉으로는 인종차별이 없는 척 하지만 미국인들의 속마음에는 여전히 뿌리깊은 인종의식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흑백대결에서 오바마가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이들은 본다.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광범위한 기독교 보수주의 세력과 ‘위대한 미국’에 열광하는 애국주의자들이 오바마가 부르짖는 혁명적 변화를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들은 장담한다. 이번 대선의 열쇠도 결국 이들 보수주의 세력이 쥐고 있으며 이들의 향방에 따라 대선 승자도 정해질 것으로 본다.
변화를 갈구하는 진보세력과 미국 내에 엄존하는 보수 진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매케인과 오바마의 대결이 얼마 만큼의 격차로 귀결될지에 대한 분석도 갈린다.
매케인과 오바마는 이 같은 분석들을 고려,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보완해줄 수 있는 후보를 러닝 메이트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백인 보수층을 공략할 수 있는 인물을, 매케인도 자신의 진보적 성향을 희석시킬 수 있는 보수 성향 인사를 부통령으로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미국 대선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진로는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란 점이다.
과거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권을 주고 받을 때마다 커다란 변화가 있었지만 올 대선만큼 승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미국의 향방이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사례는 없을 것으로 지적된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은 가히 혁명적 변화로 나아갈 전망이다.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미국인들의 기존 관념이나 가치는 이미 획기적으로 변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정치 외교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총체적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바마는 당장 이라크 미군의 철수를 공약했고, 워싱턴 로비 정치의 청산을 공언해왔다.
북한, 이란, 쿠바 같은 적성국 지도자들과의 대화에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전세계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보는 눈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이슬람권이 미국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대미 전략으로 대응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우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대부분은 부시 행정부와 근본적 차이가 없는 입장이다.
우선 이라크 전쟁을 계속해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는 애초부터 적극적으로 이라크 전쟁을 찬성했고, 미군 증강도 지지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4년 정도면 이라크전을 승리로 마무리짓고 미군을 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북한, 이란 같은 적성국 지도자들과의 대화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오바마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적성국자 지도자나 테러리스트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부시 행정부의 다를게 없는 입장이다. 9.11 이후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매케인은 부시 못지 않게 강경하다.
경제정책 면에서도 매케인은 부시 행정부와 대동소이하며, 그가 승리할 경우 행정부의 연장이 될 것이라는 게 민주당측 공격의 초점이다.
이밖에 사회보장제도와 세금정책에서부터 이민, 에너지, 과학기술, 통상 정책에 이르기까지 매케인과 오바마는 크게 다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의 이념은 사실상 백인 엘리트층과 비슷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 오바마는 흑인이라는 점 때문에 변화 추구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매케인과 오바마는 피부색 뿐 아니라 나이, 출생, 이력, 가족관계에 이르기까지 닮은 점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뚜렷이 대비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이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란 추정은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이제 오바마와 매케인, 극명하게 다른 이들 두 지도자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그리고, 미국민들이 11월 대선에서 누구를 지도자로 뽑느냐에 따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향방도 180도 달라질 전망이다.
lk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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