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활성화 통한 경기부양 목적 퇴색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미 행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세금 환급에 들어갔지만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부채, 고유가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인들이 선뜻 소비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세금 환급분으로 빚을 갚거나 늘어난 유류비를 충당하고 있고 일부는 이를 저축하기도 해 소비를 늘려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당초 세금환급의 목적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여론조사나 소매판매 지표,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4월말부터 지난주까지 미 재무부는 1억3천200만 가구에 돌려줄 계획이던 세금 환급분 1천억달러 중 500억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국제쇼핑센터협회의 소매판매 지표는 지난 6주간 단 한차례 늘었을 뿐 소비가 활성화되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PNC파이낸셜 서비스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튜어트 호프먼은 현재로서는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세금환급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애미에서 와인 영업을 하는 길레르모 곤살레스씨의 경우 1천33달러의 세금을 돌려받았지만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도 제때 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돈을 모두 모기지 회사로 송금하고 말았다.
곤살레스씨는 정부가 세금환급을 할때는 이 돈을 밖에 나가 소비하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지금 같은 경제상황에서 사람들이 소비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2월 조사 때 세금 환급 수급자의 1천200만명 정도가 이 돈의 일부를 휘발유 비용으로 쓰겠다고 했지만 5월 조사때는 그 수가 1천720만명으로 늘었다. 또 국제쇼핑센터협회 조사에서도 세금환급분으로 빚을 갚겠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2월의 46%에서 5월에는 51%로 증가했다.
즉 세금환급분으로 다른 물품을 구입하거나 여행을 가는 등 소비에 나서겠다는 미국민들이 경제사정의 악화와 함께 줄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4월 2천560명을 조사했을 때도 51%는 세금환급분으로 아무 것도 구입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세금환급의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이 돈으로 빚이나 고지서 비용을 낸 사람들은 향후 좀 더 소비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6개월간 미국인들이 세금 환급분의 20~50%, 즉 200억~500억달러를 소비에 쓸 것으로 보고 있고, 소비가 미 경제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는 경제를 완만하게 성장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 환급의 효과가 떨어지는 연말 쯤에는 경제가 신용경색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돈을 빌리기 어렵고 고용시장도 나빠지고 주택가격은 떨어지는 현재의 문제점에 다시 직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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