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식품·약품 값 폭등에 고정수입 은퇴자들 신음
샌디에고 푸드뱅크 직원들이 식품 분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교회 주차장에는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다. 많은 노인들은 보행 보조기구와 지팡이에 의지한 모습들이다. 무료 식품은 인플레로 고정수입의 구매력이 사라져 고통 받는 노인들에게는 생명줄과 다름없다. 이런 은퇴자들에게는 생필품, 특히 개솔린과 식품 가격 상승이 수입의 상당 부분을 삼켜 버렸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의료비 상승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최근 몇 개월간의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소셜시큐리티와 간혹 운이 좋을 경우 연금을 받는 은퇴자들에게 그 고통은 특히 심하다. 최근까지 은퇴자들은 은퇴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수입이 있다고 여겨왔다. 그것은 개솔린과 식품 가격이 폭등하기 전이었다.
허리띠 졸라매며 배급식품에 의존
에퀴티 감소도 고통 가중 부채질
“노인 빈곤선기준 상향 조정해야”
샌디에고 푸드뱅크에서 식품을 배급받은 재니 힉스(75)는 채소 값이 치솟으면서 깡통 음식에 더 의존하고 있다. 개솔린도 그녀에겐 호사다. 그로서리 마켓과 교회 갈 때만 차를 운전하고 친구들은 더 이상 방문하지 않는다. 대신 전화로 안부를 챙긴다. 어쩔 수 없는 필요에서 금년 73세의 은퇴자 카르멘 곤잘레스는 치즈를 넣은 엔칠라다 등으로 때우며 월 식품비를 100달러에서 50달러로 줄였다. 그녀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물건 값을 치를 돈만 제외하곤 모든 것이 올랐다”고 한탄한다.
‘미국은퇴자협회’ 짐 다우 대변인은 “은퇴자들이 경기 침체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고정수입에 의존해 산다. 그런데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식품과 의약품 가격이 뛰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난 5월31일까지의 3개월간 연비환산 식품가격 상승률은 6%를 넘었고 에너지 가격의 경우에는 28%에 달했다. 최근 조사에서 6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59%가 식품, 개솔린, 의약품 값 지출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점점 더 많은 노인들이 전에 찾지 않던 크레딧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우스 다코다 래피드 시티의 ‘블랙힐스 소비자 크레딧 상담센터’도 그중 하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청·장년층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노인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대해 20년간 크레딧 상담을 해 온 센터 소장조차 놀랄 정도라고 말한다.
노인들에게 특히 고통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은 의료비 상승. 메디케어 비용은 소셜시큐리티의 상당부분을 잠식하고 있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에 따르면 메디케어 프리미엄과 새로운 의약품 커버리지, 그리고 코페이, 디덕터블 등 메디케어와 관련해 지출하는 비용이 통상적인 소셜시큐리티 액수의 26%를 잡아먹는다.
힘겹게 살고 있는 노인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빈곤층 산정 기준이다. 40년 전 고안된 연방정부의 빈곤층 산정법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있어 노인들은 더 젊은층의 미국인들 수입의 92%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계산할 때 젊은 미국인은 연 1만3,884달러가 빈곤 기준선이지만 노인들은 1만2,533달러 미만이 돼야 빈곤층으로 인정된다.
도시연구소는 이런 불합리성을 시정하기 위해 65세 이상의 빈곤선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지난 5월 발표했다. L 기준에 따르면 현재 노인인구의 6.5%인 빈곤층은 12.3%로 늘어나게 된다.
노인들 가운데 특히 취약한 계층은 여성들이다. 여성 노인 10명 가운데 4명은 오직 소셜시큐리티에만 의존하는 독신자들이다. 한 재정전문가는 “많은 여성들이 남편 사망 후 더욱 빈곤해진다”고 말한다. 애리조나 굿이어에 사는 메리 타웃(75)은 정말 힘겹게 살아간다. 조울증을 앓는 43세 아들만 돌보지 않아도 연 1만8,000달러 수입으로 그럭저럭 살아가겠지만 아들 때문에 생활이 말이 아니다. 이처럼 자녀와 손주들까지 돌보느라 고통 받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은퇴자 협회에 조사에서 은퇴 노인 3명중 1명꼴로 자녀들을 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문제는 주텍시장 침체에 따른 에퀴티 감소. 노인들은 집 에퀴티를 사용해 오르는 물가에 많이 대처해 왔는데 에퀴티가 감소하고 융자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것 역시 점점 어렵게 되고 있다.
고정 수입을 보충할만한 재산을 갖고 있는 노인들조차 치솟는 요양원 비용과 장기치료 보험료 폭등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1년 이후 인플레율은 23.7%였지만 장기보험 프리미엄은 30~40%나 올랐다.
“SS조정에 CPI-E 물가 적용해야”
CPI-W보다 노인들에 더 현실적
소셜시큐리티는 매년 물가와 연동돼 조정된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CPI-W라는 물가지수인데 이것은 도시 근로자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은퇴자들에게는 이 지수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왜냐하면 노인들의 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물품들의 물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노동부가 산정하는 물가지수 가운데 CPI-E가 더욱 62세 이상 노인들의 물가를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들을 한다.
CPI-E는 CPI-W보다 큰 폭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지난 25년간 평균을 보면 CPI-W는 3%였던데 비해 CPI-E는 3.3%였다.
은퇴자 협회는 소셜시큐리티 연동에 CPI-E를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당장 법제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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