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16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장례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조부 때부터 독실한 신앙… 한국전 중 사제서품
낮은 삶 실천하며 인권·양심·민주화 ‘버팀목’
하느님의 종, 시대의 양심, 그리고 혜화동 할아버지. 어떻게 부르든 김수환 추기경의 87년 생은 오롯이 가난하고 핍박받는 이웃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남보다 특별하기보다 남보다 순수했다. 지난해 8월 ‘동성중고교 개교 100주년전’에 내 놓은 자화상의 제목은 ‘바보야’였다.
추기경은 1922년 5월 8일(음력) 대구 남산동에서 부친 김영석(요셉)과 모친 서중화(마르티나)의 6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이 천주교를 받아들인 것은 조부 때의 일인데, 조부 김보현(요한)은 1868년 무진박해 때 순교했다. 가난 탓에 경북 선산, 군위 등에서 자주 이사하며 자랐다.
보통학교 5학년을 마치고 대구 성 유스티노 신학교에 들어갔다.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동성상업학교 을조(신학교 과정)에 진학했다. 지학순(1921~1993), 김재덕(1920~1988) 주교 등과 동기였는데, 추기경은 공부가 싫어 꾀병을 부리기도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1941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가 3년 후 학병으로 강제 징집돼 나가노 부근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종전 후 조치대 철학부를 졸업하고 귀국한 뒤, 한 여인의 청혼에 흔들리기도 했다. 1947년 신학교로 돌아오지만 몇 해 뒤 한국전쟁을 맞았다. 1951년 9월 15일 전쟁의 혼란 속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추기경은 대구교구 안동본당(현 목성동주교좌본당)에서의 초임 시골 신부 시절보내고 1968년 5월,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됐다. 주교 서품 후 2년 만이었다. 젊은 시골 주교가 한국 교회의 수장이 됐다는 소식은, 누구보다 추기경 자신에게 충격이었다. 그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라고 그 충격을 표현했다. 그러나 진짜 날벼락은 이듬해 떨어졌다. 1969년 교황은 47세의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1998년 76세의 나이로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퇴임하면서 추기경이 남긴 바람은 “운전면허를 따서 삼천리 방방곡곡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는, 참으로 소박한 것이었다.
삶의 황혼에서 추기경은 종종 이런 아쉬움을 얘기했다. “진정한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습니다. 좀 더 몸을 낮추고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했었는데….”
동성상업학교재학 시절 추기경의 모습(가운데).
일본국 학병 시절의 김수환 추기경(오른쪽).
사제품을 받고 난 후 어머니와 함께한 김수환 추기경.
1969년 4월 추기경 서임식에서 추기경 반지를 받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약력
▲1922년 6월 3일 대구 출생(5남 3녀중 막내)
▲1941년 서울 동성상업학교 졸업
▲1942년 일본 동경 상지대 문학부 철학과 진학
▲1944년 2차 대전으로 학업 중단
▲1947~51년 서울 가톨릭대 신학부 신학전공
▲1951년 사제서품 및 대구 대교구 안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1956-63년 독일 뮌스터대 대학원 사회학 전공
▲1966년 마산교구 주교 서품 및 마산 교구장 착좌
▲1967년 이후 교황청 세계 주교 시노드(대의원회의)에 한국대표로 6차례 참석
▲1968년 서울 대주교 승품 및 서울 대교구장 착좌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 서임( 세계 최연소, 한국 최초 추기경)
▲1970-73년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1970-75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1974년 세계 주교회의위원, 교황청 15인 주교회의 대표
▲1975-98년 평양교구장 서리
▲1988년 평화신문 발행인
▲1998년 서울대교구장 은퇴, 아시아 주교회의 공동의장
▲1998년 서강대 등 9개대 명예박사
▲2001년 사이언스 북 스타트운동 상임대표
▲2003년 생명21운동 홍보대사
▲2009년 2월 16일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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