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강타선과 한국의 철벽마운드의 대결로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던 21일 준결승 승부는 초반에 너무 싱겁게 갈렸다.
선수 대부분이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에서 공.수에 걸쳐 가장 안정된 전력을 구축한 팀으로 평가돼 적지않게 긴장했지만 `날쌘돌이’ 이용규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걱정은 사라졌다. 이용규는 베네수엘라 선발 카를로스 실바를 상대로 볼카운트 2-3까지 실랑이를 벌이다 볼넷으로 걸어나가 찬스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정근우는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를 쳤지만 지난 해 연봉이 무려 1,600만달러나 됐던 베네수엘라 우익수 보비 아브레우가 어이없이 놓치고 말았다. 천금같은 찬스를 잡은 한국은 김현수가 좌전 적시타를 날려 선취점을 올렸고 김태균의 중전안타로 무사 만루를 이어간 뒤 이대호가 투수 강습타구로 2점째를 올렸다.
이어 타석에 나선 추신수는 1사 2,3루에서 상대 선발 실바의 149㎞짜리 빠른볼을 걷어올려 한가운데 펜스를 총알처럼 넘어가는 3점홈런을 터뜨렸다.
단숨에 5-0으로 앞선 한국은 2회초에도 1사 뒤 김현수가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가자 이번엔 김태균이 좌월 2점홈런을 외야스탠드에 꽂아 7-0으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베네수엘라는 믿었던 선발 실바가 불과 1⅓이닝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6안타와 볼넷 1개로 7실점(6자책)하고 강판됐지만 경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3회말 한국 선발투수 윤석민을 상대로 마르코 스쿠타로와 앤디 차베스, 멜빈 모라가 연속 3안타를 쳐 1점을 만회했다.
그러나 한국은 4회초 고영민이 좌월 2루타, 김현수는 볼넷으로 1사 1,2루를 만든 뒤 베네수엘라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가 1루에 뿌린 견제구를 미겔 카브레라가 빠트리는 사이 2루 주자가 3루를 돌아 재빨리 홈까지 파고들어 8-1로 달아났다.
7회에는 이대호의 적시타와 최정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2점을 추가, 10-1로 점수 차를 벌리며 쐐기를 박았다.
베네수엘라는 7회말 선두타자 카를로스 기옌이 우중월 솔로아치를 그렸지만 승부와는 무관했다.
선발투수의 중책을 맡았던 윤석민은 베네수엘라의 초호화 타선을 상대로 6⅓이닝동안 삼진 4개를 뽑으며 산발 7안타, 1볼넷으로 2점만 허용하는 발군의 투구를 펼쳐 결승 도약의 견인차가 됐다.
직구 스피드는 시속 150㎞를 넘나들었고 낙차 큰 커브와 예리한 슬라이더, 현란한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베네수엘라 거포들을 농락했다.
김인식 감독은 윤석민에 이어 7회 정대현과 류현진, 8회 정현욱, 9회 임창용 등을 차례로 기용하며 결승전을 대비해 `승리 조합’을 점검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공격에서는 4번타자 김태균이 2점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고 김현수는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무엇보다 부진했던 추신수가 3점홈런으로 살아난 것이 한국 벤치를 기쁘게 만들었다.
추신수는 2타수 1안타지만 사사구는 무려 3개나 골랐다. 한국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에 지레 놀라 실책 5개로 자멸한 베네수엘라는 한국보다 1개 적은 9안타를 쳤지만 대부분 산발에 그쳐 2득점에 그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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