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 수석의 영예를 차지한 김선경씨.
부상으로 골프 포기하고 버클리 편입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 다해
불의의 부상으로 프로 골퍼의 꿈을 접어야 했으나 좌절의 순간을 넘어 환경경제학자로서 제2의 인생에 도전, UC버클리 수석의 영예를 차지한 한인 학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 UC버클리 환경경제학과(Environmental Economics & Policy)를 졸업하는 김선경(23) 양은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24일, 버클리 교정 모간 홀에서 뛰어난 학과성적과 학술연구 성취도를 인정받아 자연자원대학(College of Natural Resources) 최우수 학생에게 수여하는 Kenneth L. Babcock prize를 거머쥐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양은 분당 청솔 중학교 2학년 시절, 미국에 가족 이민을 온 한인 1.5세이다. 김양은 뒤늦게 시작한 미국생활로 사춘기 시절 언어적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중학교 때 이민을 와서 영어가 안되니까 수업 때도 다른 학생들과 달리 취급받아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골퍼로서의 꿈을 가졌던 김양은 존 F. 케네디 고교와 롱비치 시티 칼리지 재학 시절 계속해서 MVP 골퍼로 지명되는 등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던 중 2006년 오른손 관절에 골프공을 맞는 부상을 당했고 더 이상 무리할 경우 손을 못쓰게 된다는 의사의 말에 6년간 자신이 지켜온 골퍼로서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도움과 스포츠 우먼으로서의 근성을 살려 좌절 대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섰고, 당시 UC버클리에 재학하던 언니 김선형씨(현재 삼성반도체 근무)의 권유로 공부를 시작해 2007년 UC버클리 환경경제학과에 당당히 편입하게 됐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보다는 선수생활에 더 신경을 썼던 김양에게 버클리에서의 학업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도전이었다.“처음에는 주눅이 들어 힘들기만 했죠. 수업 따라가기도 힘든데다 다들 저보다 뛰어나 보여서…”
여기에서도 김양은 자신의 입장을 외면하기보다는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타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면서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2년만에 김양은 GPA 4.0 만점의 단과대 수석 졸업예정자로서 자신을 주눅들게 하던 동기생들을 제치고 우뚝 선두에 섰다.
“사실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양은 골퍼로서의 꿈에 아쉬움은 남지만 “아무래도 참을성이 많이 필요한 골프를 했던 게 더움이 많이 된 것 같다”며 선수생활 시절 자신이 배운 교훈에 감사하고 있다. 촉망받던 여성 골퍼에서 버클리 수석졸업 경제학자로 다시 태어난 김양은 어느 상황에서건 포기하지 않는 전형적인 승부사의 끈기와 열정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함영욱 기자> ha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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