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실수로 이름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번에는 돼지 인플루엔자(SI·이하 인플루엔자 ‘A’)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30년 넘게 정치생활을 해온 바이든은 줄 곳 ‘입이 병’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실언가’로도 유명하다.
바이든은 30일 아침 NBC-TV방송에서 인플루엔자 ‘A’ 감염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의 비행기나 지하철등 대중 교통 이용을 막겠다고 말했다가 문제가 됐다.
독감의 후폭풍을 걱정해온 항공업계가 발끈하고 일어서자 바이든은 “불필요한 여행을 삼가고 SI환자는 비행기나 지하철 등 사람이 밀집된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말라는 의미”였다며 긴급 진화작업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전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부통령으로서는 좀 과장된 발언임이 분명하다.
총칼로 국민을 평정했던 한국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임기초 말실수로 호사가의 입방에 올랐었다. 폭우가 내려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소양강댐 수위가 범람 직전까지 치솟자 수방팀 격려차 소양강 댐을 직접 찾았던 그가 심각하게 설명을 듣다가 “곧 넘치겠네”라는 말을 내뱉었다.
댐이 무너져 수도권이 물바다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대통령은 TV 생중계를 통해 천연덕스럽게 물난리가 날 것이라고 예언하듯 말한 것이다.
바이든의 이날 TV 발언은 솔직한 심정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불과 20여일 만에 ‘세계적인 전염병’(pandemic) 수준으로 확산된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이러스가 고개를 들던 지난 16일부터 3일간 멕시코시티를 다녀왔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미국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안심시키고는 있지만 방심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유독 독감에 약했다. 20세기 최악의 독감으로 기록된 1918년 ‘스패니시 인플루엔자’는 전세계 4,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초 미국에서 시작됐으나 스페인 언론들이 하도 극성을 떨어 이름이 ‘스패니시 인플루엔자’로 바뀌었지만 미국에서만도 6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알래스카의 한 마을이 바이러스로 몰살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었다. ‘H1N1’으로 불렸던 이 독감바이러스는 몸속에 들어가 차제 변이를 거듭하는 바람에 체내 신진대사가 활발한 20~40대의 젊은층에서 사망률이 높았다.
1957년 중국에서 출발한 아시안 독감은 전세계 2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968년 홍콩에서 시작된 홍콩독감으로 100만명이 숨졌다. 미국은 월남전에서 돌아온 해병 대원으로부터 바이러스가 퍼져나가 그해 겨울 많은 노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고 걱정 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당시 상황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스패니시 독감이 퍼졌던 100년전은 지금보다 주거 환경이 훨씬 나빴고 통신수단이 마땅치 않아 지역마다 발빠른 방역이나 대책 마련이 늦어진데다가 질병을 통제하는 단일 통제 수단도 확보되지 못해 효과적인 방역에 나서지 못했다.
요즘은 특히 타미플루 등 항 독감 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치료도 훨씬 쉬워진데다가 과학이 발달돼 제어가 가능하다. 실제 확산일로로만 가는듯 했던 이번 독감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있다.
세계 보건계의 걱정은 당장의 독감보다는 1년후 닥쳐올지 모를 내년 겨울 2차 확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스패니시 독감도 발병 1년후 2차 확산때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됐고 홍콩 독감도 다음해인 1969년에 더 극성을 부렸다.
이미 ‘바이러스 생산 창고’로 불리는 돼지 몸속에서 인간과 조류, 돼지의 혼합형 독감 바이러스로 탈바꿈한 ‘바이러스’가 어떤 모습으로 변이돼 또다시 지구촌을 강타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백신 개발에 들어간 국제 보건계의 합동 작전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스스로 독감을 피하는 나만의 지혜가 필요할 시기다. 손을 비누로 자주 씻고 물을 많이 마시며, 밖에서는 손으로 코와 입, 눈을 만지지 말 것이며 특히 체력 저하가 심한 과음과 흡연은 당분간 멀리하라는 당국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자.
김정섭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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