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시작된 뉴욕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쇼’는 무대 위 공연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Broadway, 널찍한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다. 타임스 스퀘어를 지나는 주요도로 5개 블록에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차도였던 그 거리에 라운지 의자들이 대신 가득 놓여 지면서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한가롭게 앉아 쉴 수 있는 보행자 광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관광객들은 타임스 스퀘어의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뉴요커들은 한가롭게 거닐고 있다. 교외지역에서 모처럼 시내로 나들이 나온 한 부부는 낮 공연을 보러가기 전 라운지 의자에 앉아 스낵을 먹고 있다.
트래픽·오염 감소위해 뉴욕시 일부지역 차량통금
자동차 대신 휴식용 의자 들어찬 ‘보행자 천국’
타임스 스퀘어의 단골들의 모습도 군데군데 보인다 : 페루비언 파이프를 연주하는 앙상블, 카우보이 부츠와 모자 그리고 흰 팬티만 입은 거리의 공연가 ‘벌거벗은 카우보이’도.
뉴욕 주의 교외지역 오시닝에서 온 왔다는 은퇴교사 부부는 47가 코너 라운지 의자에 앉아 독서에 열중이다. “내 일생에 단 한 번도 이처럼 길 한복판에 앉아 본 적이 없어요, 정말 특별하지 않아요?”라며 그들은 즐거워한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 뉴욕, 그 뉴욕에서 가장 복잡한 브로드웨이 길 한 복판에 앉아 있는 것이다!
“좀 이상하긴 합니다”라고 브롱스에서 온 도서관 사서 베벌리 에버는 말한다. 그녀가 편안히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 라운지 의자는 이 지역 사업주 연합회가 제공한 350개 의자 중 하나다.
센트럴 파크 같지는 못하다. 아직은 군데군데 얼룩지고 떨어진 아스팔트 보수공사도 못했고 보행자 플라자에 어울리는 조경도 안 되어 있다. 게다가 혼잡한 트래픽이 지척이다. 빵빵대는 경적도 시끄럽다. “보기 싫고, 시끄럽지요. 그러나 그게 바로 타임스 스퀘어이거든요”라고 에버는 말한다.
이 거리의 차량금지는 24일부터 시작되었는데 최소한 연말까지는 계속될 예정이다.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시당국 플랜 중 일부다.
사선으로 이어진 브로드웨이 길은 격자무늬로 짜여진 맨하탄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면서 타임스 스퀘어 심장부에서 다른 두 길 47가·42가와 만나는 지점에서 끔찍한 트래픽을 빚어 왔다. 자동차 뿐 아니라 인파도 대단해 이번 차량금지 시행은 매일 이곳을 통과하는 보행자 35만명의 숨통도 틔워주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누구나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차량금지 지역을 가장 반가워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낮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극장 관객들, 앉을 곳을 찾는 다리 아픈 관광객들, 바쁘게 걸어다나는 직장인들이다.
보행자 지역을 가로질러 가던 비즈니스 컨설턴트 크리스 놀란은 대단히 만족한 표정이다. “전엔 보행자들로 빽빽한 인도가 너무 비좁아 자동차 사이사이 차도로 걸으며 위험을 무릅써야 했지요. 지금은 훨씬 안전하게, 훨씬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광고 에이전트 로저 벤틀리는 라운지 의자에 앉아 랩탑을 두드리고 있다. “보통은 내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지요. 그러나 이렇게 활기찬 삶이 넘치는, 내가 사랑하는 뉴욕거리의 한 복판에 앉아 일을 할 수 있다니 멋지지 않습니까?”
길에서 뮤지컬 ‘가이스 앤드 돌스’의 할인쿠폰 나누어 주는 일을 하는 테레사 후이도 움직일 공간이 넉넉하다며 좋아했다. “전에는 사란들에 밀려 47가와 브로드웨이 코너에 딱 붙어 갇힌 채 나눠주어야 했으니까요”
당연히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선 택시 운전사들. 차량금지 구역을 피해가는 새 길을 익히는 것도 번거롭고 메이시 백화점 앞에 딱 내려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손님들도 많아지고 있다. 암표장사들도 불만이다. 브로드웨이 길 횡단보도 앞 복작대는 인파 속에선 잘 눈에 뜨이지 않던 매표행위를 더 이상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안드레아 페이서도 반대한다. 자동차와 인파로 가득 차고 넘치던 브로드웨이 거리를 ‘세계의 횡단보도’라고 표현한 그는 “익사이팅하고 활기찬 우주의 중심을 담배꽁초 흩어진 교외지역 주차장으로 바꿔버린 것은 끔찍하게 멍청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뉴욕시 교통국은 트래픽은 원만히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지역 상공회의소 역할을 하고 있는 타임스 스퀘어 연합회도 보행자 플라자가 현재까진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라운지 의자를 슬쩍 집어간 사람도 없다. “그래도 개당 10달러짜리 라운지 의자와 도로 건설표시 오렌지 콘 등으로 세계적 플라자를 만들 수는 없지요”라고 전제한 연합회장 팀 톰킨스는 앞으로 몇 달 내에 더 멋진 아웃도어 가구들이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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