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실업률, 얄팍해진 봉급, 기업의 구조조정, 실직가장의 비관자살 등 계속되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살기가 각박해지면서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차근차근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감사의 조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사랑스러운 자녀와 다정한 이웃이 있으며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대지를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건강 등 감사의 조건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서 숨쉬고 있으며 마음먹기에 따라 이러한 감사의 조건을 만끽하며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더 가지려고, 더 성취하려고 욕심을 내고 무리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삶을 즐기는 방법을 배운다면 요즘같은 극심한 불경기에도 우리는 서로 희생하고, 인내하고,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기자가 경험한 두 차례의 극한상황은 삶을 다시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기자는 ‘한국일보 미주본사 창간 40주년 기념 위트니 등정팀’ 9명의 일원으로 지난 주말 위트니를 등정하다가 빙벽에서 추락하면서 의식을 잃다시피한 30초나 될까 말까한 짧은 순간에 정말로 많은 생각을 했다.
아이스엑스가 제대로 찍히지 않자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을 잃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150여미터를 미끄러지는 위험한 상황에서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먼저 스쳤고 다음 순간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온몸을 펴’라는 구호를 두어차례 외치면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아이스엑스로 설벽을 내려치면서 더 이상의 추락을 막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바로 아래서 등정하던 올해 70세의 김남길 남가주 용산고 산악회장은 “옆에서 뭐가 바람처럼 휙 지나갔다”고 말해 순간적으로 엄청난 가속도가 붙었음을 실감케했다.
추락하면서 등산화에 착용한 크램톤이 충격으로 떨어지고 폴까지 놓칠 정도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서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또한 지난달 31일 기자를 포함한 5명의 대원이 위트니의 고소적응을 위해 비슷한 고도의 화이트 마운틴을 등정하다가 산에서 만난 20여차례 이상의 천둥번개로 머리가 송곳으로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었다.
등산복과 폴, 온몸에서 불꽃이 팍팍 튀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엎드린 채 제발 ‘살아 돌아가야할텐데’라는 말밖에는 되뇌일수 없었고 번개가 우리 대원을 피해 가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달리 대책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1시간여 지속되면서 에베레스트와 매킨리를 거뜬히 등정했던 역전의 용사 김명준 전 재미한인산악회장도 이때 만난 천둥번개가 만약 강했다면 5명의 대원 전원이 몰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날 실제로 6,200회의 번개가 남가주에서 내려쳤으며 2명의 남가주 주민이 실제로 번개를 맞고 즉사하기도 했으니 우리가 무사귀환한 것은 정말 하늘이 도우셨다는 것밖에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이번 위트니 등정을 통해 내가 현재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은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며 감사의 마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지금 이 순간도 정말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박흥률 부국장 겸 경제 1부장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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