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턴 국무장관 ‘내조형’ 외교 스타일에 긍정적 평가
막후에서 대통령에 절대적 영향력
민간 접촉 통해 미국 이미지 개선
“각료들 가운데 단연 수퍼스타”
<산페드로 술라. 온두라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최근 이곳에서 작은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미국인들은 거의 없었다. 이슈는 쿠바였다. 클린턴과 그녀의 팀은 북미기구 33개국 정부들을 설득해 쿠바가 이 기구의 헌장에 언급된 민주주의에 대해 존중의 뜻을 나타내는 절차 없이는 기구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정을 이끌어 냈다.
이것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참가국 대부분은 미국의 쿠바 고립정책에 반발해 1962년 내려졌던 쿠바 배제조치를 무조건 철폐하려 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라틴 아메리카 전문가인 테드 피코니는 “국무부가 큰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클린턴은 마무리 자리에 없었다. 협상이 종료되기 전 클린턴은 카이로에 도착,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 화해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청중석에 앉아 박수를 쳤다. 민주당 후보 자리를 오바마에게 넘긴지 1년, 그리고 국무장관이 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클린턴은 새로운 역할에 적응해 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글로벌 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대통령의 조연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클린턴은 최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책을 입안, 집행하고 이를 수행할 인물을 고르는데 있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매주 대통령을 만나며 우리는 많은 시간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오바마가 국무장관직을 제안하리라는 암시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그래서 이를 선뜻 수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대단히 설득적 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어떤 면에서는 변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클린턴은 도전의 시기에 이 자리를 맡았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막고 파키스탄의 이슬람 봉기를 억제하며 미국 철수 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 최근 미국 여기자 2명에게 노동교화 형을 선고하고 국제 제재 속에서 무력시위를 계속하는 예측 불가능한 북한을 다뤄야 한다.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가 이런 껄끄러운 문제들을 어떻게 다뤄 갈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화당조차도 해외에서의 미국 이미지를 높이고 자신의 측근들과 백악관 사이에 긴장을 피해가는 클린턴의정치적 수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친 이스라엘 기관인 ‘이스라엘 프로젝트’의 제니퍼 라스지오 미즈라히는 “클린턴은 최근 국무장관들 가운데 가장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인물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오바마는 직접 외교정책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클린턴은 조용히 뒷전에 서 있기 일쑤다. 어떨 때는 특사들이 그녀보다 더 조명을 받는다. 일요일 시사 프로에 첫 출연한 것도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조셉 바이든 부통령은 “클린턴이 막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바이든은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클린턴 장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녀는 메인 플레이어”라고 밝혔다. 최근 아프간 파병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논쟁에서 클린턴의 의견이 승리했다. 바이든은 구제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공화당의 마크 커크 하원의원은 “바이든은 2만1,000명 증파에 반대하고 클린턴은 찬성했는데 클린턴이 바이든을 박살냈다”고 들려줬다.
바이든은 이건 과장이라며 두사람 간의 의견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강력했으며 대통령이 그녀의 의견으로 기운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커크 하원의원은 “클린턴은 수퍼스타 각료이며 그녀가 손대는 것들은 모두 잘 굴러 간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1년 연방상원 입성 후 그랬듯이 클린턴은 국무장관이 된 후 고된 일들에 매달리고 있다. 잦은 여행 속에서도 그녀는 외교관 증원과 해외원조 방안 개선을 위한 예산증액에 힘을 쏟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긴밀한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칸 시큐리티’의 크리스틴 로드 연구원은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하는 것이 클린턴을 괴롭히지 못하고 있으며 그녀는 커리어에서 아마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선거에서의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은 상사의 입장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4월 한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이 클린턴에게 예비선거 중 오바마의 불량국가 지도자들과의 회동 공약을 비판한 것을 상기시키자 “오마바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겼다. 그는 다른 견해로 맞섰던 예비선거에서 나를 꺾었다”고 응수했다.
클린턴은 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그리고 중동문제 담당, 이란, 북한 특사를 임명한 것은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밝힌다. 이들은 인준청문회가 필요 없어 즉각 업무에 들어갈 수 있다. 이들은 클린턴이 큰 그림, 그리고 세계 다른 지역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클린턴의 친구이자 브루킹스 연구소장인 스트로브 탈봇은 “그녀는 특사들에 의해 위협받거나 조임을 당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녀는 이 문제들이 거대한 것임을 이해한다. 동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소매를 직접 걷어 부치지 않는 것은 아주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특사들이 그녀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명백하다. 특사들이 뜨거운 과제들을 처리하는 동안 클린턴은 라티 아메리카와 동아시아 같은 간과된 지역을 다니는 일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런 순방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녀는 과거 미국의 실수에 대해 인정함으로써 청중들을 놀라게 한다. ‘피플 투 피플’ 외교라 부르는 캠페인 스타일의 대중 집회 갖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순방 중 클린턴은 도쿄와 서울에서 타운 홀 미팅을 가졌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10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상원에서 8년을 보내서인지 외교관으로 클린턴의 언사는 세련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지난 4월 파키스탄이 탈레반에 ‘굴복했다’는 표현을 쓰는 바람에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파키스탄 지식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현재 그녀는 극력세력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군사 공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좋은 평가가 이어질 경우 백악관을 향한 또 한번의 도전에 대한 추측은 불가피하다. 2016년 그녀의 나이는 69세가 된다. 지난 해 매케인보다 3살 어린 나이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인 찰리 쿡은 “클린턴이 다시 대권에 도전한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클린턴이 국무장관직을 선택했을 때 나는 그녀가 다른 행로를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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