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국 출신 입양인들은 미국 내 10만~13만명을 비롯해 20만~30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입양인들의 절대다수는 갓난아기 때 외국에 입양됐지만 저마다 성인이 된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고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도 한인 입양인 중 일부는 주류사회는 물론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본격적인 해외 입양이 시작된 것은 6.25 전쟁 직후부터다. 한국전 직후 10만명이 넘는 전쟁고아 처리문제를 해외입양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던 한국정부는 고아들의 입양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했다.
해외 입양인들의 숫자가 워낙 많다보니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입양인 성공 스토리의 주역들이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4세 때 병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도 궁핍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떠나 고아처럼 살다가 16세 때 한국에 파견 나온 미군 군의관에게 입양된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도미 후 어릴 적 꿈이던 선생님이 되려고 이를 악물고 학업에 매진했고 그 결과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존경받는 대학교수가 됐다.
신 의원은 군 복무시절 인종차별을 뼈아프게 경험했다고 한다. 이같은 경험이 그를 존경받는 정치인 신호범으로 우뚝 서게 했다.
현재 LA시 소방국의 2인자인 에밀 맥 부국장도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오는 31일자로 은퇴하는 더글라스 배리 소방국장의 후임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맥 부국장이 소방국장이 되면 아시안 최초 LA시 소방국장 탄생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지난 1960년 3세 때 미국 흑인 가정에 입양된 맥 부국장은 UCLA 2학년에 재학중이던 1978년 소방국에 투신했고 2007년 소방국의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부국장에 임명됐다. 맥 부국장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인들과 한인사회가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한인 커뮤니티에 진한 애정을 표시한다.
맥 부국장도 신호범 의원처럼 성장과정에서 혹독한 인종차별을 겪었고 이를 보란 듯이 극복,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모굴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토비 도슨도 많은 한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2007년 2월 부산에 사는 친아버지 김재수씨와 26년 만에 감격의 부자상봉을 가진 그는 같은 해 5월 역시 부산에서 사모관대를 차려입고 한달 전 결혼한 부인 리아 헬미씨와 한국식 전통혼례식을 올려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타인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스타급’ 입양인들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입양인들도 많다. 입양인들은 전 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데다 저마다 독특한 인생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수년 전 한국에서 열린 세계 입양인 대회에 참가한 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입양인들의 70% 이상이 대졸자였고 25%는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였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설문조사에 참여한 입양인의 85%는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입양인들의 불쌍한 사연이나 성공 스토리가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매스컴에 의해 다뤄지는 입양인들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보다는 각자의 본분과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생활하는 ‘평범한’ 입양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인들이 앞장서서 따뜻하게 품어주고 격려해주면 이들도 한민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입양인 모두가 한민족의 핏줄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들을 낳아준 고국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글로벌 한민족 네트웍은 더 힘차게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구성훈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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