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에 사는 한인 박모씨(40)는 며칠 전 딸(8)과 아들(6)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위시 리스트’를 물어본 뒤로 마음이 무겁다. 아들은 제1 목록으로 닌텐도사의 비디오 게임 ‘위’를 꼽았고 딸은 애플 ‘아이팟’을 선물로 바라고 있는 것. 두 가지를 모두 사주면 300달러는 족히 넘는다.
박씨는 “요즘은 화려한 전자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실제로 가지고 다니는 또래 친구들도 많기 때문에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바라는 선물이 100달러가 넘는 것들이 많다”면서 “부모 마음은 바라는 것을 해주고 싶지만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만화 DVD를 사주는 것으로 끝내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역할을 해야하는 한인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허리띠 졸라매기는 필수가 됐지만 테크놀러지 시대를 사는 자녀들의 ‘위시 리스트’는 아이팟을 기본으로 인기 게임기인 위, 닌텐도 DS, 스마트폰인 블랙베리, 아이폰 등 100달러는 족히 넘는 ‘부담 백배’ 선물들로 가득한 것. 넷북이나 노트북 역시 틴에이저들이 손에 꼽는 필수 아이템이다.
풀러튼에 거주하는 최모씨(38)는 “얼마전 아이 친구 엄마가 닌텐도 DS를 빌려간 적이 있다. 아들이 사달라고 조르는데 며칠 써보고 정말 마음에 들면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며 “연말에 돈 쓸 곳도 많은데 아이들 선물에 몇백달러를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첨단 전자기기를 선물로 사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또 다른 이유는 일단 갖게 되면 이내 ‘돈 먹는 기계’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가 갖춰지면 소프트웨어를 채워나가기 위해 계속 돈이 드는 것. 비디오게임은 새로운 게임을 사야 하고, 아이팟 같은 경우도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추가 비용이 든다. 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꾼 경우에도 요금이 더 비싼 플랜에 가입해야 하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김모씨(36)는 “얼마 전 터치폰으로 전화기를 바꾼 10세 난 아들이 노트북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아이팟으로 합의를 봤다”면서 “한 번 사주는 것으로 끝이 나면 좋겠지만 한 달에 다운로드 비용으로 100달러를 넘게 냈다는 집도 있어서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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