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사흘 앞둔 22일 아침. 미국 테네시주(州) 내시빌에 있는 선트러스트 은행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남성이 들어왔다. 빨간 옷과 흰 장갑에 흰 턱수염, 눈을 가린 색안경만 빼면 영락없는 산타였다.
산타는 선물 대신 별안간 총을 꺼내 들고 직원들에게 돈을 요구했다. 우리 엘프들 월급 좀 줘야겠다며 돈을 쓸어담은 그는 차에 올라 이내 사라졌다. 돈다발에 강도 추적용 염색팩을 넣었다간 돌아와서 다 없애버린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성탄 분위기에 한껏 들떠 있던 차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강도 산타’ 사건이 터지자 이곳 주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크리스틴 멈포드 경찰 대변인은 내시빌에서 최근 몇년간 발생한 강도사건 가운데 산타 복장을 한 강도가 등장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도 산타’가 아주 생소한 수법은 아니다.
24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달 초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산타 복장을 한 총기강도에 은행 한 곳이 털렸다. 1927년 12월23일에는 텍사스에서 산타 차림으로 은행을 털던 강도가 총으로 6명을 사살한 참극도 있었다.
그렇다고 산타만 보면 `선물자루 안에 흉기가 있는 거 아니냐’라고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다. 산타 대부분은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나눔을 실천하며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사회에 묵묵히 전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산타 복장으로 매년 몇 차례씩 초등학교를 찾아 선물을 나눠주고 아이들로부터 일종의 `기부품’을 받아 보육원에 전달하는 폴란드인 폴레 로무알드 마드라키에비치(76)의 이야기를 이날 소개했다.
AP통신도 22일 미국 포틀랜드의 한 중고품 재활용매장을 찾은 손님 100명에게 100달러가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진 한 정체불명 산타의 미담을 보도하는 등 성탄을 맞아 지구촌 곳곳에서 산타들이 전하는 따뜻한 소식으로 넘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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