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이 6년 전 알 카에다의 비밀암호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도박꾼에게 속아 항공기 운항을 취소하는 등 한바탕 난리법석을 피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9.11테러가 터진 이듬해인 2003년 네바다주(州)의 한 게임 소프트웨어 공동대표 데니스 몽고메리(56)는 알 자지라 방송을 타고 유입되는 알 카에다의 비밀지령 암호를 해독했다며 CIA에 접근했다.
미국 전역에 암약하는 알 카에다의 비밀 정보요원들은 알 자지라 방송에 바코드 형식으로 숨은 테러 지령을 수신하는데,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이를 해독하면 테러 예상지점의 위도와 경도까지 알 수 있다는 게 몽고메리의 설명이었다.
몽고메리의 첩보는 CIA와 국토안보부(DHS), 심지어 백악관까지 뒤흔들었다. 대테러당국은 9.11테러에 필적할 `대규모 공격’이 예상된다며 영국과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취소하는 등 허둥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에는 알 자지라 방송이 이라크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미 정부 내에서 불만이 워낙 컸던 탓에 `비밀지령은 알 자지라를 타고 온다’는 정보를 의심하는 당국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몽고메리가 바코드 해독법을 공개하지 않는 데다 프로그램 판매료로 무려 1억 달러를 요구했고, 알 카에다가 전자우편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쉬운 방법을 왜 사용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CIA 등에서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허탈하게도 몽고메리는 그간 상습적으로 사기를 저질러 왔고 최근에는 100만 달러어치의 수표를 부도낸 혐의로 당국에 붙잡히기까지 한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인용, 26일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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