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마비·스트레스성 질환의 원인… 기대수명 1년 이상 줄어
지속적 불안감이 실제 실직보다 더 해로워
실직 후 라이프스타일 나빠지는 것도 원인
가장 먼저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은 뉴욕 라카와나의 제철소에서 30년 동안 기술자로 엘해 온 조지 컬(56)이었다. 그는 공장이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을 안지 3주 후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숨을 거뒀다.
그로부터 몇 주 후 컬의 동료로 4명의 자녀를 가진 지게차 기사 밥 스미스(42)는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은 그는 심장마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사들은 그에게 스텐트 3개를 삽입해 목숨을 살렸다. 이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0대 때부터 제철소에서 일해 온 크레인 기사 단 터너(55)가 집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러브시트 위에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했다.
비교적 건강상태가 양호했던 이 세 사람이 왜 수주 사이에 심장마비에 걸렸는지를 정확히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세 사람의 친지 및 친구들과의 인터뷰는 실직의 깊은 상처가 어떤 역할을 했음을 암시해 준다. 조지 컬의 아들은 “아버지는 정말 많이 걱정했다”면서 “그의 나이에 어디서 다른 일자리를 구할지, 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런지 알 수 없어 고민했다”고 말했다.
점차 많은 연구들은 감원이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에 나온 예일대 유행병학자들에 의한 연구는 감원이 나이 든 근로자들의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두 배 이상 높여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해 뉴욕 알바니 대학 사회학과 케이트 스트럴리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실직을 한 사람은 당뇨와 관절염, 그리고 정신 질환 등 스트레스와 관련된 건강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83%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보다 더 정신을 화들짝 하게 하는 것은 감원이 기대수명을 단축시킨다는 내용의 지난 해 한 연구 결과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경제학자인 킬 본 윌슨과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연구 디렉터인 대니얼 설리번이 공동 실시한 이 연구는 1980년 초 경기 침체기 펜실베니아 주의 사망 및 소득기록을 조사했다. 이 조사는 실직한 해의 장기근속 근로자들 사망률은 근로자의 나이에 따라 50%에서 100%나 뛰며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10~15%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40세에 실직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대수명이 1년에서 1년 반 줄어든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실직과 건강 악화 간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한다. 연구의 초점은 스트레스의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영향에 맞춰져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예를 들어 심장마비를 촉발하는 생화학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실직과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치는 나쁜 라이프스타일로 이끌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몇 몇 연구들은 실직이 흡연을 늘리고 금연자들이 다시 담배에 손을 대도록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일부 실직자들은 음주는 늘리고 운동은 줄인다. 날로 늘어나는 우울증은 실직, 그리고 심장질환과 연관이 있다. 뉴욕 헌터 칼리지의 유행병 학자이자 생물통계학자인 윌리엄 갤로 교수는 “아직은 초기 연구단계에 있다”면서 “우리는 실직의 영향을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버팔로 바로 남쪽 라카와나의 아셀러미탈 제철소의 260여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2008년 12월 중순 공장 문을 닫는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기 수개월 혹은 수년전부터 생겨났다. 이 제털소의전 소유주인 베들레헴 제철은 1985년 주공장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01년에는 도금공장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던 코크스 제조로를 폐쇄했다. 그때 2명의 근로자가 자살했다.
베들레헴은 2003년 파산했으며 도금 공장은 인터내셔널 스틸 그룹에 넘어갔다. 이 회사는 2005년 아셀러미탈에 합병됐다. 근로자들은 이 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 왔다. 지난 해 4월 마침내 공장이 문을 닫게 전에도 미 철강노조 로칼 2606 회장인 앤소니 포튜내토는 2006년 이후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관상질환에 걸렸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미시건 대학 사회학 및 유행병학 교수인 새라 버가드가 주도한 한 연구는 ‘지속적인 실직 불안감’은 건강악화의 강력한 예측 척도가 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이런 불안감이 실제적인 실직보다 건강에 더 나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정말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은 라카와나 제철소가 폐쇄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였다. 이 발표는 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컬은 평소 술을 많이 마셨지만 실직 후에는 거의 매일 마시고 우울해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외출해 모든 것을 잊으려 했다”고 아들을 말했다.
키 5피트8인치에 200파운드였던 컬은 고혈압 병력이 있었지만 그 전해에 실시된 스트레스 테스트 등 건강검진을 통과했었다. 2008년 12월28일 그는 술을 몇 잔 마시며 버팔로 빌스 게임을 보다가 저녁을 만들겠다며 일어서다 소파 위에 쓰러졌다.
수 주 후 그의 동료였던 스미스는 잠자리에서 가슴통증을 느끼자 낮에 지붕 위의 눈을 치우면서 근육이 늘어났으려니 여겼다. 심장마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평소 혈압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콜레스테롤도 낮았다. 아이들과 자주 뒷마당 링크에서 하키를 즐길 정도로 건강이 아주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부인 킴은 그가 제철소만큼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밤새 뒤척이는 것을 봤다. 다음 날까지도 남편이 가슴의 불편함을 호소하자 의사를 찾도록 했다. 킴은 “스트레스가 남편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터너의 부인 달린은 남편이 공장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담배를 더 피우는 것을 발견했다. 평소 하루 한 갑이 조금 넘었던 흡연량이 두 갑으로 늘었다. 그리고 자신을 다스리느라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다. 거의 같은 시기 그녀 역시 회계사무실에서의 근무시간이 일주일에 하루로 대폭 줄었다.
그런데도 남편은 고민을 안으로 삭혔다. 그의 장례식에서 부인은 남편이 일터에서 위장약을 먹어왔다는 사실을 동료로부터 듣고 알았다. “남편은 모든 것을 안으로 삭히는 타입의 사람이었다”고 부인은 말했다. 2009년 2월13일 집에 돌아온 그녀는 남편이 모자를 쓰고 장갑을 낀 채 러브시트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 그녀는 남편이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실직 후 심장마비에 걸린 잡 스미스. 그는 병원을 빨리 찾아 목숨을 건졌다.
<뉴욕타임스>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은 단 터너의 부인이 남편 실직 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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