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째가 된 가운데 구조자 가족의 입을 통해 침몰 당시의 처참하고 긴박했던 순간이 전해지고 있다. 생존자들은 ‘생사의 귀로’에 선 순간에도 경험 많은 선임 장병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신입 장병을 침착하게 이끌고, 차가운 바람과 바닷물 때문에 점점 식어가는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 몸 마사지를 해주는 등 ‘뜨거운 전우애’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다음은 부상자 가족의 말을 통해 재구성한 사고 당시의 상황.
“샤워하는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출렁거렸어요. 사방은 온통 깜깜해졌어요. 선임병이 침착하게 살 길을 알려 주었어요”
지난 27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이은수(22) 이병. 그는 당시 생사의 귀로에 섰던 순간을 아버지 이윤원(50)씨에게 이렇게 전했다.
지난 1월10일 의무병으로 입대한 이 이병은 사고 당일 오후 일과를 마치고 갑판 밑에 있는 목욕실에서 혼자 목욕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쾅’하는 폭발음이 귀청을 때렸다. 순식간에 목욕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쓰고 있던 안경까지 없어져 버린 상태에서 이 이병은 어두운 선실 벽을 더듬어 목욕실 밖으로 나왔다.
어둠 속에서 미처 옷도 입지 못하고 떨고 있던 이 이병에게 한 선임병이 옷을 가져다주며 “얼른 입으라”라고 했다. 갑판 위는 선실에서 황급히 탈출한 다른 병사 수십명 있었다. 일부가 바다로 뛰어내리려 했으나 선임병들이 “아직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남았다. 침착하라.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구조대가 큰 배를 이끌고 천안함 근처로 다가왔다. 그러나 배가 너무 커서 천안함 가까이 다가오면 충돌할 위험이 있다며 선임병들이 돌려보냈다.
얼마 후 해경선이 왔고 해경이 건네준 소방호스를 잡고 갑판 위에 있던 생존자들 수십명이 침착하게 탈출해 성공했다.
또 육현진 하사의 경우 사고 당시 선체 뒤쪽에 있는 체력단련실에 가서 운동하려다 그냥 자기로 마음을 바꿨다. 안경도 벗어 놓고 반소매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순식간에 배가 흔들렸다. 선실은 암흑으로 변했지만 늘 다니던 익숙한 구조여서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벽을 더듬어 (갑판 쪽으로) 올라갔다.
선임 부사관들이 “저체온증으로 죽으니 절대 바다로 뛰어들지 말라”고 소리쳤다. 갑판 위에서 육 하사와 동료 부사관, 다른 사병들은 서로 몸을 손으로 비비며 마사지를 했다. 체온유지를 위해서다. 한참 후 구조돼 보트에 탔는데 보트 안으로 차가운 바닷물이 들어왔다. 저체온증으로 죽는다는 선배의 말을 육 하사는 실감할 수 있었다. 타박상을 입은 육 하사는 현재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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