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 정부와 시 전역에서 허가 없이 영업하는 불법택시 간의 쫓고 쫓기는 전쟁이 한창이다. 커뮤니티 안전을 위협하고 합법 택시회사에 경제적 손실을 끼친다며 단속의지를 굽히지 않는 정부와 그늘진 곳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이를 악물고 버티는 불법택시 기사들. 이 지루한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정부의 거듭된 단속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의 ‘필요악’으로 자리매김한 불법택시를 조명해 본다.
한인들 2,000~3,000여명 생계 의존
매달 3~4차례 단속에 전전긍긍
타운내 3달러, 갈수록 제살깎기 경쟁
■매달 타운서 3~4차례 단속
2006년 8월 LA시 교통국(LADOT)과 LA경찰국(LAPD)이 ‘불법택시 합동단속 프로그램’(BTEP)을 창설한 이후 단속 강도가 더욱 세졌다. 현재 LA 시내에서 영업중인 불법택시는 2,000~3000대, 연 매출은 3,000여만달러 정도로 파악된다.
매달 한인타운 3~4차례를 포함해 시 전역에서 10여차례 함정단속이 실시된다. 합동단속반에 의해 적발된 불법택시 기사는 2007년 1,116명, 2008년 1,427명, 2009년 1,144명이며 2010년에는 985명 정도가 체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영업 혐의로 적발되는 한인은 전체의 20~25% 선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불법택시 근절을 위해 2009년 1월부터 적발되는 차량을 무조건 30일간 압류하고 있으며 운전자는 경범혐의가 적용돼 법원출두를 명령받고 일단 석방된다.
그러나 운전면허가 없을 경우 경찰서로 연행돼 추가조사를 받는다. 운전자는 250달러의 벌금에 1,400달러에 달하는 차량 보관비를 별도로 물어야 차량을 되찾을 수 있다.
불법택시로 적발돼 압류된 차량은 2007년 388대, 2008년 446대였고 2009년에는 무려 1,061대에 달했다. 탐 드리쉴러 LADOT 택시행정관은 “LADOT에서 7~8명, LAPD서 30여명이 불법택시 단속에 참여하고 있다”며 “개인 차량이 주를 이루는 불법택시뿐만 아니라 샌타모니카 등 타 도시 면허로 LA에서 영업하는 택시도 단속대상”이라고 말했다.
■노인들까지 동원 함정단속
업계에서 ‘왕고참’으로 통하는 한인 J씨는 최근 한인타운에서 베벌리힐스까지 데려다 달라는 노부부의 전화를 받고 이들을 픽업하러 나갔다가 근처에 잠복해 있던 단속반에 덜미를 잡혔다.
J씨는 “낌새가 이상해 일부러 요금도 공항픽업과 맞먹는 30달러로 비싸게 부르고 목적지 주소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등 최대한 방어조치를 취했지만 할머니가 요금을 깎아달라고 떼를 쓰는 등 잘 짜여진 각본에 당했다”며 “벌금과 차량압류비 등 2,000달러를 토해냈다”고 단속반의 교묘함에 혀를 내둘렀다. 통상 한인 불법택시 단속은 손님을 가장한 한인경관 또는 수사관이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불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속반원들은 자신들의 전화번호가 택시기사들에게 수시로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주 전화기를 교체하며 노인이나 중년여성에게 부탁해 택시를 불러내기도 한다.
LA 국제공항(LAX)의 경우 단속 강도는 더 심하다. 주차장 등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어떤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지 꼼꼼히 체크하며 불법택시 의심 차량을 조사할 경우 기사와 손님을 격리시켜 심문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가 데려다 주는 걸로 미리 입을 맞춰도 손님에게 가족관계에 대해 자세히 묻거나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열이면 열 “택시를 타고 왔다”고 실토한다. J씨를 비롯한 상당수 불법택시 기사들은 단속에 걸려들지 않도록 단골손님 이외의 콜은 받지 않으며 단속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등 법망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살 깎아먹기 식 경쟁
타운 1달러짜리도 등장
불법택시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생계를 위한 절박함 때문이다. 자동차만 있으면 누구든지 진출할 수 있어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기술 없는 무직자, 불체자, 유학생 등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영업에 동원되는 차량은 개인 소유의 벤츠, 렉서스 등 고급 승용차에서부터 도요타 캠리, 미니밴, 픽업트럭까지 다양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인 불법택시 기사는 약 2,000~3,000명 정도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도요타 캠리로 영업하는 택시기사 A씨는 “최근 ‘나홀로’ 택시들까지 가세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강도를 만나 하루 번 돈을 몽땅 털리고 돈 안 내고 도망가는 손님도 종종 만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일해도 한 달 순수입이 2,000달러도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택시 간 살벌한 경쟁을 반영하듯 요금 덤핑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인타운↔LAX 요금은 25~30달러, 타운 내는 3달러로 요금이 내렸다. 한술 더 떠 요금 1달러짜리 히스패닉 택시까지 타운에 등장해 한인 기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직장인, 노인, 유흥업소 종사자, 맞벌이 부부 자녀 등 불법택시 애용자들은 “누가 뭐라 해도 요금이 저렴하고 말도 통하고 아무 때나 부를 수 있는 불법택시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손님은 처벌대상이 아닌 이상 계속 택시를 타겠다”는 입장이어서 단속 및 과다경쟁으로 위축된 업계에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리무진 서비스는
리무진(또는 리모) 서비스란 가주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가 발급하는 운송사업(TCP) 면허로 영업하는 고객운송 차량을 말한다.
예약 없이 길거리에서 손님을 태울 수 있고 특정지역 내에서 영업하는 일반 택시와는 달리 리무진 서비스는 철저한 사전 예약제로 운행하며 가주 전역을 커버한다.
지난해 리무진 업자들을 주축으로 한인승객운송협회(회장 케빈 강)가 결성돼 한인 불법택시 업계를 대상으로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TCP 면허를 발급받으려면 가주 운전면허를 소지해야 하고 운전기록이 양호해야 하며 신청 때 수수료 5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소셜번호와 영주권은 필요 없으며 택스 ID만 있으면 된다. 주 정부 규정에 따르면 TCP 면허는 3년마다 한 번씩 갱신(비용 500달러)해야 하고 LAX를 드나드는데 연 120달러를 별도로 내야 한다. 상업용 보험 가입은 기본이다.
TCP 면허관련 문의 (213)252-3111 디스커버리 종합보험
■ 사고발생 때 보상은?
불법택시를 타고가다 운전자 과실로 사고가 날 경우 승객이 적절한 피해보상이나 보험혜택을 받을 길은 없다고 관계당국은 지적한다.
합법택시가 들어 있는 상업용 택시보험(commercial taxi insurance)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때 운전자의 개인 보험을 적용해야 하는데 만약 운전자가 택시영업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대부분 보험회사는 보험 커버를 해주지 않는다.
결국 개인보험으로라도 보상을 받으려면 택시영업 도중 사고 난 게 아니라는 식으로 운전자와 손님이 입을 맞추는 방법 밖에 없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사고발생 후 입을 맞춰 보상을 받으려고 시도하다 조사과정에서 적발될 경우 두 사람 모두 사기혐의로 입건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프랜차이즈 취득, ‘그림의 떡’
LA 시내 합법택시는 옐로 캡(Yellow Cab), 베벌리힐스 캡(Beverly Hills Cab), 벨캡(Bell Cab), 첵커 캡(Checker Cab), 시티캡(City Cab) 등 총 9개이다. 모든 합법택시는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바깥 쪽에 LA시 정부의 허가를 받은 차량임을 증명하는 동그란 모양의 파란색 정부 사인이 찍혀 있다.
합법택시들은 10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공개입찰 과정을 통해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형’ 회사들로 택시 1대당 매달 106달러의 영업세를 시 정부에 지불하고 있다. LADOT 집계에 따르면 이들 회사가 보유한 택시는 총 2,303대.
택시 사업권 획득을 위해서는 최소한 ▲상업용 택시보험 가입 ▲주 7일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디스패치 및 예약 시스템 확보 ▲운전사 고용 및 운전사·고객 안전확보 계획서 작성 ▲택시회사 운영 경험 소지 등 정부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합법회사 소속 기사로 일하려면 미국 내 취업이 가능한 신분 소지자여야 하며 운전기록 및 신원조회, 약물검사, LADOT 택시기사 필기시험, 지도 및 택시관련 규정 이해력 테스트 등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구성훈 기자>
지난 22일 LA한인타운에서 실시된 불법택시 함정단속에서 어린 아들을 태우고 영업하다 적발된 히스패닉 남성(오른쪽)이 LA시 교통국 수사관(왼쪽)으로부터 티켓을 발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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