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의 해법을 찾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신용시장에선 그리스발 파장이 쉬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미국에서는 일년여 가까이 랠리를 보여 온 회사채 시장이 위기신호를 내기 시작했고 북부와 남부 유럽의 경제력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인상 딜레마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은행들은 현금 부족을 우려해 국가 간 대출 부문을 잇달아 폐쇄하고 있다.
글로벌 회사채 시장 위기신호
EU 은행들 국가간 대출 중단
중국 보유외환 수백억달러 손실
근 블룸버그 통신은 그리스 사태로 정부 재정적자가 세계 경제회복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회사채 수익률이 13개월 최고치로 치솟는 한편 회사채 판매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국채 대비 회사채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이번 주 들어 0.06%포인트 확대되며 1.49 %포인트로 늘었다. 주간 기준 스프레드가 오른 것은 지난 2월12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회사채 발행액도 전주대비 56% 급감해 196억달러에 그쳤다. 유럽 은행들이 주로 발행하는 커버드 본드의 경우 전일 벤치마크 국채 금리와의 차이가 0.02%포인트 확대, 1.06%가 되며 지난해 8월12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1위 수퍼마켓 체인업체 카지노 귀샤드 페라숀과 영국 철도회사 내셔널 익스프레스 그룹은 회사채 발행을 각각 철회했다. 한 주 전 102억달러가 발행됐던 투자등급 이하 정크본드도 지난주에는 72억달러만 발행됐다.
통신은 “국채 불안에 따른 리스크 회피 수요를 감안할 때 조정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엿보이지만 불안 확대로 견실한 시장에 위기신호가 나타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그리스 사태로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
독일의 4월 실업률이 예상보다 낮은 7.8%로 집계되고 유럽 대기업들의 이익이 치솟는 등 북부 유럽과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남부 유럽 사이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북부 유럽의 완만한 성장세가 올해 남은 기간 지속되면 ECB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이율이 높아지면 그리스ㆍ포르투갈ㆍ스페인 등의 대출 비용이 높아져 이들 국가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로 약세는 그리스 등과 수출업체에 이익이지만 기름 값 등 상품가격을 올려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킨다.
그리스 사태로 인한 EU 은행권의 위기는 현재형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날 “그리스 파문이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많은 유럽 은행들이 국가 간 대출 기능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리스와 포르투갈 은행들은 각각 올 초와 수주 전부터 해외 자금을 빌릴 수 없게 됐다. 자금력이 약한 유럽 은행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프랑스와 독일 은행도 400억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안고 있어 은행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 아그리콜과 소시에떼 제너럴이 유럽 은행 중 그리스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독일 은행들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채의 1위 보유자다.
유럽을 가장 큰 수출시장으로 안고 있는 중국의 사정도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은 유럽 국채의 주요 투자자로 이미 보유외환에서 수백억달러의 장부상 손실을 보이고 있다. 신문은 “중국은 달러 연동 페그제에서 벗어나 위안화 절상을 준비하기 위해 보유 외환을 늘려왔다”며 “유럽 발 위기가 확산될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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