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파업 바람이 불고 있다. 근로자 권익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체 노동조합 결성,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파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정부가 근로자들을 열악한 작업조건에서 보호하기 위해 노동법을 제정한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근로자들이 의식화하면서 노사갈등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자 정부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노동법 제정 후 근로자들 의식화가 배경
기업마다 파업·가두시위로 잠잠할 날 없어
임금인상, 독립노조 허용이 가장 큰 쟁점
지난 5월 말 중국 남부 광둥성의 혼다 부속품 공장에서 2,000명가량의 근로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북경 중심부의 한 호텔에서는 100명의 성난 직원들이 시위를 했다.
혼다 공장 근로자들의 파업 소식은 대대적으로 알려진 반면 호텔 직원들 케이스는 거의 무시되었다. 그러나 저변에 흐르는 기류는 같다. 중국의 경제 지평에서 노동쟁의가 보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근로자를 보호하고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들을 도입하면서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신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데 상당히 적극적이 되고 있다. 자유노조 연대 같은 움직임이 형성될 까봐 중국당국은 긴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중국 당국이었다. 중앙정부가 더 이상 열악한 작업장 조건들을 두고 보지 않겠다며 노동법을 제정했다.
지난 2008년 법제화한 노동법은 근로자들의 좌절감을 중재 시스템과 법정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대규모 시위로 정치적 안정이 위협받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파업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중재 및 법정 케이스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권리에 대한 근로자들의 자각이 높아진 결과이다.
한편 노동법이 근로자들의 기대치를 높여놓기는 했지만, 서구 기준으로 보면 노동자들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힘이 없다. 아울러 세계적 경제 한파가 중국에 닥쳐 공장 문을 닫게 하면서 지방 관리들의 법 집행도 느슨해졌다.
지금 예상되듯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면 지방 관리들과 중국 본토기업들은 은밀하게 손을 잡고 노동법을 무시한 채 인건비 절감에만 급급할 수가 있다.
“법에만 의존하는 건 충분치가 않다”고 한 노동 옹호기구의 대표는 말한다. 법이란 가장 기본적인 수준만 제공할 뿐이라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은 관영 노동조합과는 별도로 독립적인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법제화한 노동계약법은 모든 정규직 근로자들의 계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많은 부분이 애매모호하다. 같은 해 5월 중재 시스템과 소송 절차 관련법이 제정되었지만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중재 위원회와 민사법정은 소송사건이 홍수처럼 밀려 감당을 못하고 있다. 한편 법 집행이 느슨하다 보니 기업들은 최저임금과 오버타임 임금 관련법들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근로자의 의식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중재위나 법정으로 가는 노동쟁의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가장 잘 드러난다. 공장 폐쇄가 쇄도했던 2008년, 거의 70만건의 노동분쟁이 중재위로 넘어갔다. 전년도에 비해 거의 두배 수준이다. 지난해는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재위의 결정에 만족할 수 없을 경우 근로자들이나 고용주들은 민사법정으로 갈 수가 있다. 2008년 법정으로 간 노동분쟁 케이스는 28만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94%가 늘었다. 2009년 상반기에는 이런 케이스가 17만건에 달했다.
노동계약법이 널리 알려진 것이 근로자들의 의식을 높이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뉴욕의 중국 노동법 전문 변호사인 아론 맬리가는 말한다. 많은 근로자들이 자신들에게 권리가 있으며 법이 이를 보호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주 종샨의 혼다 록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파업을 했던 한 19세 근로자의 말이다.
“우리는 새 노동법에 대해서 들었지만 세부조항은 모른다.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는 우리가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의 각 지역 마다 해결을 기다리는 노동분쟁 케이스들이 넘쳐 병목현상을 빚고 있다. 그래서 근로자가 불평을 제기한 후 1년을 기다려야 겨우 중재위원회 앞에 나가는 경우들도 있다.
한편 정부 관리들은 지역 고용주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노동분쟁을 중재위나 법정까지 가져가는 대신 중개로 풀도록 밀어붙이기도 한다. 게다가 공장들이 줄줄이 폐쇄된 이후에는 노동법을 엄격하게 집행하지 않는 측면도 하다.
서구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중국 정부가 독립적 노조를 허용하면 근로자들의 불만을 완화시킬 수가 있다. 현재 중국에는 정부 주도의 관영 노동조합만이 허용되어 1억7,000여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노조는 이름만 근로자들을 대표할 뿐 실제로는 경영 측과 긴밀한 유대를 가지고 있다.
관영 노조는 공기업들에 폭넓게 퍼져있고 외국 기업들에 지부를 설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성과가 지난 2006년 월마트에 노조를 만든 것이었다. 타이완, 홍콩, 그리고 중국 본토의 사기업들에는 노조 지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노동계약법 초안 작성 당시에는 독립 노조 결성도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갔었지만 마지막 단계에 삭제되었다. 그때 같이 빠진 조항은 기업이 작업장을 대대적으로 바꿀 때는 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구절이었다.
종샨 혼다 공장 근로자들이 제기한 가장 중요한 요구 역시 자체 노조 결성과 임금인상이었다.
현재 근로자들의 가장 흔한 불평은 주 40시간 이상 근무했을 때 오버타임 임금을 지불받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자권익옹호 단체가 양자강 델타지역 인근 210개 공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들 공장 중 90%가 오버타임을 속인다. 대개 근로자들이 하루 8시간 일한 것으로 보고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오래 일을 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보다 기록상으로는 봉급이 훨씬 많은 것처럼 보인다.
북경, 글로리아 플라자 호텔의 직원들은 지난달 27일 경영진과의 분쟁을 거리로 끌고 나가 시위를 벌였다. 호텔을 소유한 기업은 호텔을 헐어버리고 직원들을 감원할 계획이다. 기업 측은 직원들에게 법에 따른 최저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근로자들은 그것이 너무 적다고 불평을 한다. 정부 소유의 공기업으로 돈이 있는데도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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