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25전쟁 60주년을 맞았다. 80줄에 들어선 미국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허리를 구부리고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에 탄 가운데 기념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기념식에서 만난 노인들은 자신들이 지켜준 나라를 잘 발전시켜준 한국에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형이 낙동강 전투에서 전사한 참전용사는 1950년 9월 어느 날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의전 병사가 다녀간 이후 아버지가 자신을 꼭 붙잡고 흐느꼈을 때 형이 전사한 것을 알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형을 가슴에 묻고 있었으며 자신이 유일하게 남은 자식이기는 하지만 형이 영광스러운 길을 걸었기에 자신도 한국전에 기꺼이 참전했다고 한다.
수영장에서 만난 다른 참전용사는 한국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서 피하려고 했다. 1950년 9월 미군 파병 초기에 한국전에 참전한 지 불과 3일 만에 치열한 전투에서 고향친구이자 가까웠던 동료가 바로 옆에서 전사하는 모습을 보았고 자신도 심하게 부상당한 끝에 바로 후송되었다고 한다.
이후 수년간 저녁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깨어나고 한국하면 그 당시 바로 옆에서 친구가 죽어가던 모습이 떠오르는 충격적인 경험으로 마음 고생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우리 기자가 휴스턴 근교에 위치한 NASA 본부를 취재차 방문하면서 에너지를 다루는 높은 지위의 기업인도 인터뷰하고자 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원하는 장소가 휴스턴에서 1시간이나 떨어져 있는데 더하여 그 기업인이 하필이면 그날 다른 도시로 출장 떠나는 날이어서 불과 5분 인터뷰를 위해 오리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않게도 그 기업인이 나타나 짧은 시간 인터뷰를 한 후 총총걸음으로 출장 간다고 하면서 떠났는데 바쁜 가운데 나타난 이유를 물어보니 부친이 한국전 참전용사라고 간단히 대답하더란다.
6.25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은 이 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들도 6.25전쟁에 참전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한국이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돌아왔을 때 주변 사람들 역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 사실도 모르고 자신들을 보는 눈이 어디 여행 다녀 온 사람을 본 듯한 반응이어서 정신적인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2차 대전 후 귀환한 병사들을 위하여 시가 행렬도 하고 환영했으며 베트남전의 경우 반전 데모가 있었지만 귀환용사들에 대한 동정과 후원도 많았던 반면, 자신들이 6.25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환영도 언론보도도 없었을 정도로 무관심했다고 한다.
미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1965년부터 1975년까지 10년간 전사한 병사가 5만8,000여명이다.
지금도 거의 매일 미국 언론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해 관에 실려 돌아오는 미국 병사들을 보도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지난 5월까지 거의 10년에 걸쳐 이라크에서 전사한 병사가 4,401명,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병사가 1,076명이다.
이에 비해 3년간의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가 3만7,000여명이니 이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 전투였던가를 알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사실상 국가로서 기능을 상실한 북한의 현재를 보면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유와 평화가 왜 중요한가를 느낀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최빈국의 하나였던 나라를 돕고자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희생했던 미국의 6.25 전쟁 참전 용사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현재가 있음을 되새긴다.
텍사스의 여러 도시에서 8순의 노구를 이끌고 한국전 60주년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용사들이 한국의 외교관이라고 꼭 껴안고 쭈글쭈글한 손으로 만지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니 가슴에서 울컥한 무엇이 올라온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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