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서 나눌 수 있는 한인 양로원 절실
어르신의 지혜와 경험, 한인사회 발전에 필요
지난 2월에 밴쿠버 한인 기업가에 의해 ‘최초 한인 전용 양로원’이 써리에 설립됐다. 한인 메니저에 의해 운영되고 한식이 제공되는 유료 양로원 설립으로 한인 노인들이 노후를 한국인답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수용 인원이 제한되어 있지만 한인사회를 통틀어 훈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아름다운 청록의 계절인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여도 어버이날은 우리나라 전통의 ‘효’사상에서 비롯된 만큼 그 본질과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어버이날은 타국살이 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날일 수도 있다. 이에 밴쿠버 한인 노인들의 보다 나은 노후 생활을 위한 대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노인복지가 잘 되어 있는 캐나다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인 노인들에게는 ‘한인 전용 양로원’이 없는 한 남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이민생활이 오래 될 수록 된장찌개와 청국장이 생각나고 각종 젓갈류와 나물류를 유독 찾는 것은 인이 박힌 민족의 본성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노인들이 기거하는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문 입구에서부터 코를 찌르는듯한 실내에 베인 냄새는 이러한 우리의 전통 음식에서 묻어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정서로 ‘한인 전용 양로원’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 캐나다 양로원에 의존하고 있는 적잖은 한인 노인들의 생활을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 진다. 자신이 적당한 양로원 입주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의 노인은 그래도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몸의 거동이 불편해 반드시 케어 시스템이 갖춰진 양로원에 의존해야 하는 한인 노인에게는 언어에서부터 문화와 정서의 차이가 있는 캐나다 양로원의 생활이 지옥일 수 밖에 없다.
캐나다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한인노인들의 생활사례 속에는 음식이 맞지 않아 영양실조로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도 있다. 또한 자란 환경이 공감되는 한국의 상황과 정서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족친구가 없는 것은 하루하루가 감옥 같은 생활의 연속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가족의식에서 오는 소외감이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한인사회와 격리되고 한인소식을 제대로 접할 수 없는 부분은 민족적인 삶의 의욕조차 잃게 한다. 몸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강 상태로 인해 타인으로 하여금 피해의식에 사로 잡힐 수 있다. 특히 도우미의 케어에서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인 불편함을 느껴 웬만한 것을 혼자 감수하는 행위는 케어 도우미들을 더욱 힘들게 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가 된다. 아무리 노인 케어 시스템이 최고로 갖춰진 고급 양로원이라고 하더라도 한인들이 양로원 생활을 꺼려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가 앞서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정서를 나눌 수 있는 ‘한인 양로원’은 우리의 향후 보금자리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한인 전용 양로원이 여러 군데 생길수록 폭넓은 노인의 지혜와 경험이 활용된 또 다른 커뮤니티의 역할도 가능하다.
먼저 ‘한인 양로원’은 힘없는 노인들에게 파워가 된다. 잘 차려진 한국 전통음식을 마음껏 나눌 수 있다. 건강 정보에서 전문 케어 시스템까지 인간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삶의 정보 교환 장소가 된다. 캐나다 사회가 주는 노인 복지 혜택을 제대로 활용함으로 일반인들에게도 각종 사회 복지의 정보를 얻는 창구가 된다. 더군다나 다른 양로원 혹은 북미 타지역 한인 양로원간의 협력관계를 가진다면 자긍심이 부여된 가치 있는 노후의 삶이 유지될 수 있다. 연말이나 민족 기념일에는 한인 단체나 종교기관으로부터 훈훈한 관심으로 한인 단체의 단합의 기회를 이룬다. 한인 의료진들의 공동 진료 참여는 노인들에게는 안도감을 주고 대부분 2세들인 의료진들에게는 한인 사회에 관심과 봉사정신을 부여해 준다. 이로 인해 가족간의 유대 관계가 가깝게 유지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민족의 ‘효사상’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교육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이민 40여년의 세월이라, 그러고 보니 밴쿠버 강산은 40년만에 많이 변했다.
당시에는 본국에서 해외살이가 개방 되어 있지 않은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30-40세 나이에 보따리 하나 싸 들고 이민와서 낯선 캐나다 땅에서 지금의 터전을 마련해 놓은 사람들이 지금의 밴쿠버 어르신들이고 이민 선구자이다. 그 어르신들에게 이제는 쉼터가 필요하다. 그 쉼터가 나의 보금자리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면 시간이 없다.
밴쿠버 한인사회가 타민족의 시선을 받으면서 위상을 갖춰나가고 있다면 이제 우리를 위해 그리고 후손들을 위해 전 교민이 함께 제대로 된 ‘우리 양로원’ 설립에도 주력을 다 했으면 좋겠다.
“어른을 공경하면 복 받는다”는 어김없는 교훈이 있기에 그렇다.
editor@i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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