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고자 없는 휴스턴 권도영씨 장례식, 가슴으로 울어버린 조문객
▶ 한인단체 장례비 마련 동족애 발휘… 남은 금액 불우이웃돕기에 쾌척
“내 생애 이처럼 슬픈 장례식은 처음 경험합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휴스턴 한국 장의사에서 30여명의 조문객이 모인 가운데 특별한 장례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문객들은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혼자 외롭게 생을 마감한 한 많은 권도영씨의 천국 환송예배에서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에 눈시울을 붉혔다.
꽃다운 나이에 결혼한 후 미국 병사를 따라 이민와 살다가 이혼 후 버겁고 고단한 삶의 무게를 못 이겨 자살했지만 1개월째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아 한인들이 장례식을 치러야 했다.
권씨와 같은 처지의 한인 노인들 20여명은 약속이라도 한듯 스스로 장례식에 참가해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가슴으로 쓸어 내렸다.
장례식을 집례한 노정각 목사(한빛교회 담임)는 “동포로서 우리는 그분의 삶이 너무 외롭고 고독한 삶이였기에 뒤늦게나마 미안한 마음을 고인에게 전한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편히 쉬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부산 출신 권도영(63세)씨.
그녀는 30여년 전 한국 평택 송탄 기지촌에서 만난 흑인 병사와 결혼 도미했다. 흑인 남편의 확대로 이혼하고 백인과 재혼했지만 17년 전 백인 남편과도 이혼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도 소식이 끊긴 채 지금까지 혼자 외롭게 살아온 그녀의 삶은 야간업소로 연결됐다.
파세데나시에 위치한 텔레폰 로드 술집에서 숙식하며 일해오던 권씨는 술집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 책임 추궁과 함께 주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비참한 생을 살았다.
이 땅에 아무도 자신의 편이 없다고 생각한 권씨는 결국 지난 6월 25일 휴스턴 파세데나시 텔레폰로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을 매 최후를 맞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휴스턴 상공회와 한인회, 총영사관 측은 권씨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백방으로 연고자를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씨가 숨을 거둔지 한 달이 되도록 시신을 수습할 피붙이 한 사람 나타나지 않자 헬렌장 중남부 연합회장이 중심이 돼 한인사회가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한인들이 내일처럼 나섰다. 장례 비용 5,600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 장의사 조시호 사장이 1,500달러, 한인회 500달러, K.C.C 500달러, 국제 결혼 여성연합회 휴스턴 지부 1,500달러, 무명 500달러 등이 답지했다.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져 내린 권씨의 일이 결코 남의일 일 수 없다”는 동족애로 승화된 장례비 모금은 비용을 치르고도 3,000달러 정도가 남았다.
휴스턴의 한인들은 장례식 후 남은 금액 3,000여 달러를 ‘권도영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명명해 ‘국제결혼 연합회’ 휴스턴 지회(지회장 최홍남)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모금운동을 주도했던 헬렌장 회장은 “이 땅에 사는 동안 참으로 고단하고 외로운 이민의 삶을 영위했던 권씨가 한인들의 이같은 눈물겨운 동질감에 가장 기뻐했을 것”이라고 했다.
장지로 향하는 권씨의 유해를 실은 영구차 행렬 위로 강렬한 한 여름 햇살이 한인 조문객들의 어깨를 감싸며 가슴에서 분출하는 슬픔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김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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