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출하고 싶지만 교통수단 없어 ‘나홀로 집에’
▶ 일부 자원봉사로는 역부족, 노인회 지원 절실
“길 잃어버리니까 절대로 문 밖을 나가시면 안 됩니다.”
“모르는 사람이 오면 문도 열어선 안돼요.”
“전화도 절대로 받지 마세요(텔레마케팅전화에 실수를 우려해).”
아침에 출근하는 아들 내외가 집에 남는 한인 김(75) 할머니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뉴욕 등 동부 대도시와는 달리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전무하다시피 한 DFW 지역에서 운전을 못하는 한인 노인들이 외출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갈랜드에 사는 한인 J(78)할머니는 한 달에 한번 있는 노인회 월례회에 참석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낙이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아들 내외, 손자・손녀와 살고 있는 J씨는 노인회 월례회를 제외하고는 외출할 기회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코펠에 사는 S(85)할머니는 남들이 한 번씩은 간다는 노인회 월례회에 참석하는 것도 못하고 산다. 아들 내외가 출근하고 나면 S씨는 혼자 집에 남아 하루 종일 벽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힘든 가사일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로운 S씨는 오히려 무료한 시간을 보낼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경우다.
이처럼 달라스 지역 대다수 한인 노인들의 경우 움직일 교통수단이 없어 활동공간을 극단적으로 제한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리하인즈에 있는 달라스 노인회관에는 매일 20-30명의 한인 노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교제의 시간도 가지면서 소일하고 있다. 시청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도 대접받으면서 자유롭고 한가하게 하루를 보내기에는 노인회관이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회관에 모이는 노인들은 스스로 운전을 하거나 적어도 2-3명이 카풀을 통해 모이거나 간혹 자식들이 아침 출근길에 모셔다 주는 경우다.
발이 없어 집안에 갇혀 지내는 한인 노인들이 대다수인 현실과, 이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노인회 월례회마다 발이 없는 한인 노인들을 위해 스쿨버스 2대를 대절해 무료로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 홈케어 유성 원장은 이런 달라스 지역 한인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한인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갈랜드와 어빙지역을 중심으로 2개 루트를 지정해 각루트별로 4-5개소의 소그룹별 집결장소를 선정, 월례회에 참석하는 노인들을 위해 왕복교통편을 제공하고 있다.
매달 행사 때마다 버스에 동승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많은 대화도 나누는 유 원장은 “오랜만에 하는 외출에 어린 아이들처럼 기뻐하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무엇보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달라스 한국노인회 이종국 회장은 “노인회관에 나와 친구들도 사귀고 바깥바람도 쐬길 원하는 노인들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교통편이 허락하지 않아 집안에 갇혀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현재의 노인회 재정상황으로서는 전용버스와 기사를 두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하고 “한번 운행에 500-700달러나 하는 스쿨버스를 증편하는 것도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유성 원장처럼 뜻있는 독지가들이 많이 나와 한인 노인들의 발이 돼 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며 시니어들의 발이 되어줄 달라스 한인 동포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박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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