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그로브 시의회는 최근 무려 5,000만 달러의 예산이 소요되는 ‘베트남 전쟁 박물관’ 설립 을 추진하고 있다. 올 초 시작된 이 플랜은 2차례의 시의회 미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들어났다.

시의원들은 이 플랜에 대해 현재 우호적으로 최근에는 비용 마련을 위한 기금모금에 필요한 비 영리단체 설립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시측은 리조트 구역으로 물놀이 공원이 들어서는 하버 블러바드를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초동 단계인 이 플랜은 가든그로브 시에는 OC에서 가장 많은 베트남인(5만5000여명 추산)들이 거주하고 시의원 5명 중에서 2명이 베트남계로 막강한 정치적인 파워를 형성하고 있어 앞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 커뮤니티로 보아서는 가든그로브에 명소를 마련하는 셈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일부 한인들은 웨스트민스터시 리틀 사이공에 베트남 전쟁 기념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접 가든그로브 시에 ‘베트남 전쟁 박물관’을 짓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시측은 관람객 입장료를 통해 1년에 500만 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고 GG시에는 베트남 인구가 많은 만큼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한인사회 인사들은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 플랜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이 중에는 베트남 전쟁 박물관내 또는 근처에 한국군의 월남 참전 기록 및 자료와 6.25전쟁의 자료를 비치할 수 있는 ‘한국관’을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일부 한인들은 베트남 커뮤니티에서 전쟁 박물관을 추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끼어들기’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인커뮤니티에서 ‘한국관’ 설립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에 부차적으로 드는 막대한 예산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반문하고 있다.

이외에 한인들은 한인상가들이 밀집되어 있는 한인타운과 떨어진 하버 블러바드에 베트남 전쟁 박물관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한인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같은 한인사회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GG시에는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만큼 ‘베트남 전쟁 박물관’ 건립에 관련되어 한국전이나 베트남 참전 한국군을 알릴 수 있는 ‘한국관’이 있으면 좋지만 한인 커뮤니티에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현실적으로 보면 이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1만여 달러 예산이 드는 부서진 한인타운 표지석 마저도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복원 시키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너무나 힘든 일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한인커뮤니티의 숙원 사업인 ‘한인종합회관’ 건립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달려들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한인커뮤니티에서 지켜만 볼 수는 없다. 가든그로브에는 명실상부하게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한국전,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인 용사들이 조직한 여러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인 단체들은 한국전 참전 미군용사들을 초청해 대규모 행사도 개최하고 6.26전쟁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도 열어왔다.

이 시점에서 어떤 형태든지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GG시에 전달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한인사회에서 감당할 수 없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예산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감안해 커뮤니티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좋은 의견을 시에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인사회 인사들이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문태기 OC취재부장,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