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품과 같이 한없이 넓고 따듯한 곳, 끊임없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는 고마운 곳, 수많은 생명의 숨소리를 보듬어 간직해주는 보금자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 하지만 우리는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와도 같이 끝없이 움직이고 있음을 잊고 살 때가 많다.
발 밑 천길 만길 아래에는 용광로보다도 더 뜨겁고 무거운 거대한 마그마들이 부글대며 끊고 있다. 마그마들은 바다와 같이 흐르며 그위에 떠다니는 땅덩어리를 데워준다. 간혹 땅덩어리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흔들리기라도 하면 인간 세상은 지진으로 몸서리를 친다. 생명이 숨쉬는 대기는 온도의 차이로 바람을 일으키고 구름을 만들어 비와 눈을 내려주며 세상에 활력소를 불어넣지만 인간들이 감당하기 힘든 양의 비와 눈을 뿌리기도 하고, 바람을 일으켜 사방으로 흩어버리며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4만 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지진과 쓰나미의 처참한 기억이 채 가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미국 중남부지역을 강타한 도네이도가 땅위의 인간들을 또한차례 무릎 꿇게 만들었다.
27일 저녁부터 28일 새벽까지 앨라배마에서 버지니아에 이르는 6개주에 무려 136개의 토네이도가 들이 닥쳐 앨라배마에서만 196명을 비롯해 최소 28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앨라배마 중부 터스카루사의 토네이도는 그 길이가 1마일에 달할 정도로 강했다. 지난 4월14~16일에도 텍사스에서 버지니아까지 20~30개의 토네이도가 몰아쳐 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는 연간 900~ 1,400여건의 토네이도가 소위 남부 지역의 ‘딕시 통로’(Dixie Alley)를 따라 4월부터 6월까지 발생하며 수많은 재산 및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역대 최악의 기록은 텍사스에서 미시간까지 13개주를 휩쓸었던 1974년 토네이도로 267건의 회오리 바람이 동시 다발로 불어 닥쳐 16시간 만에 330명이 죽고 5,50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1954년에도 하루만에 407건의 토네이도가 10개주에 걸쳐 13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흐르는 강력한 제트기류가 북쪽의 냉기류를 밀고 올라오는 습기 많은 멕시코만의 따듯한 공기를 가속화 시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데 올해는 제트기류가 특히 강해 토네이도가 유난히 많다.
수많은 인명피해가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조화를 예견하는 인간들의 대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일까. 미국은 온갖 첨단 기기를 동원해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있지만 대자연은 인간에게 대비에 필요한 만큼의 지혜와 시간을 주지 않는다.
지진이 다반사인 일본은 철저한 건물 내진 공사로 붕괴에 대비했지만 쓰나미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쓰나미 대비용 10미터 높이의 방파제를 유유히 타고 넘는 20미터의 물기둥을 지켜봐야 하는 일본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토네이도의 피해가 가장 심했던 앨라배마 터스카류사의 ‘드루이드 시티 병원’의 한 인턴은 “병원이라기 보다는 베트남 전쟁터와 같았다. 두명의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피해 현장의 참혹함을 전했다.
자신의 집에서 토네이도의 거대한 바람 기둥을 맞닥트렸던 샤론 블루(57·여)는 세탁장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목숨을 건졌다. 집이 모조리 피괴 됐지만 유일하게 블루가 피해있던 세탁장만은 온전했다. 사방으로 깨져 흩어지는 유리 파편과 공중으로 치솟는 지붕과 냉장고등 가재도구를 지켜봐야 하는 2분여 공포의 순간에 블루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블루는 기자들에게 “오직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도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섭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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