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 심한 것 같다. UC의 학비 인상 얘 기다.
UC평의회가 18일 회의에서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세금 연장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학비를 32%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안이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지만, 이미 그동안 UC가 여러 차례 인상을 거듭해 왔던 터여서 달가울 리 없는 소식이다. 2009년 9.3%를 인상했던 UC는 올 가을학기 등록금에 대해 다시 8% 인상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32%라는 엄청난 인상을 추가할 수밖에 없다니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더욱이 이미 칼스테이트도 똑같은 방침을 천명해 놓은 상태다. 32% 학비 인상안이다. 마치 두 대학이 똑같이 입을 맞춘 것처럼 느껴진다.시중 물가도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도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주 정부가 UC와 칼스테이트에 각각 5억 달러의 재정지원 감축을 예정해 놓고 있으니 달리 재원을 확보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이 학비인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UC는 학비 전액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타주 및 외국인 학생들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버클리 캠퍼스의 경우 이번 가을학기 신입생 선발에서 타주 및 외국인 학생 비율이 31.2%나 됐다. 2009년 13.6%, 2010년 26.8%였던 것을 보면 분명 지표는 위로 향하고 있다. 학비 마련에도 허리가 휠 정도인데, 입학문 마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주정부의 재정난이 단기간내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혹자는 이번 기회에 UC가 일리노이 주립대 처럼 무대를 전국으로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안주하지 말고 사립대처럼 전국의 우수 인재를 과감히 유치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매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수를 보라. 그들에게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고등교육의 기회를 돈 때문에 빼앗아 간다면 UC는 ‘저렴한 학비, 양질의 교육’이란 기본적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UC의 학비인상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산층이다. 생활이 풍요로운 것도 아닌데, 학비 보조 혜택은 제대로 받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UC가 조사한 2010-11 학년도 UC학생들의 연평균 부담은 등록금 1만1,185 달러를 비롯해 책값과 기숙사 비용 등을 합해 2만9,450 달러였다. 올 가을부터 이미 확정된 8% 인상이 적용되면 3만 달러를 넘어선다. 여기에 용돈과 기타 경비 등을 더하면 정말 숨 막히는 계산이 나온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선배가 자녀 둘을 UC에 보내면서 겪고 있는 얘기는 정말 실감 그 자체다.
선배 부부의 연수입은 10만 달러가 넘지만, 둘이 대학에 다니기 시작하자 결국 집 에퀴티까지 사용해야 했다. 둘째를 샌디에고 캠퍼스 기숙사에 데려다 준 뒤 집으로 오던 날 부부는 한 동안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빚을 내 학비를 내야 하는 현실이 너무 기가 막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는 미국. 하지만 이젠 돈이 없으면 대학 다니기 힘들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UC의 학비인상. 도대체 얼마나 더 올라야 멈출 것인가. 해답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황성락
특집 2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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