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에 선 카디널스 불펜전화 소리 안 들려
▶ 구원투수 기용 잘못되는 등 모든 게 꼬인 5차전에 아쉬움
토니 라루사 카디널스 감독.
7전4선승제 월드시리즈에서 내셔널리그 챔피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3패(2승)의 벼랑 끝에 몰린 데는 ‘전화’의 영향이 컸다. ‘버라이즌 맨’ TV 광고가 떠오른 5차전이었다.
카디널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2-4 역전패를 당한 24일 5차전. 천하의 토니 라루사 카디널스 감독이 8회말 1사 만루 승부처에서 왜 레인저스 오른손 타자 마이크 나폴리에 왼손 투수 마크 젭친스키로 맞섰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야구에서는 통계상 왼손타자에는 왼손투수, 오른손타자에는 오른손 투수로 맞불을 놓는 게 ‘정석’이지만 라루사 감독은 왠지 이때 젭친스키의 왼손에 승부를 걸며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카디널스는 결국 이번 시즌 왼손투수를 상대로 친 홈런과 2루타가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친 것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은 나폴리에 2타점 결승 2루타를 얻어맞고 땅을 쳤다.
알고 보니 메시지가 잘못 전달 된 ‘사고’였다. 라루사 감독은 그때 클로저 제이슨 맛을 기용할 계획이었지만 불펜에서 전화를 받은 데릭 릴리퀴스트 불펜코치가 잘못 알아듣고 왼손투수만 대기시켜 작전대로 펼쳐나갈 수 없었다는 것. 덕아웃에서 릴리퀴스트 불펜코치에 전화를 걸어 “젭친스키와 맛”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했는데 레인저스 팬들이 워낙 요란했던 결과 불펜코치가 끝에 부른 이름은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텍사스 구장은 덕아웃에서 불펜이 안 보여 라루사 감독은 투수 교체 때 마운드에 나가서야 몸을 풀고 있는 다른 구원투수가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라루사 감독은 덕아웃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불펜에 전화를 걸어 맛을 준비시키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릴리퀴스트 불펜코치의 귀에 ‘맛(Motte)’이 ‘린(Lynn)’으로 들려 이틀 전 공을 47개나 던진 랜스 린이 대신 워밍업에 들어갔다.
따라서 라루사 감독은 오른손 타자 나폴리가 나왔을 때 젭친스키로 버텨보는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무사히 넘어갈 운이 아니었다. 맛은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요란한 구장을 처음 경험한 것도 아니고, 일이 꼬일 운이면 어쩔 수 없다”며 “그 보다 공이 글러브에 맞고 떨어져 더블플레이가 무산되고 수많은 득점기회를 놓친 점이 더 아쉽다”고 말했다.
카디널스는 9회에도 사인이 안 맞아 3차전에서 홈런 세 방을 날린 강타자 알버트 푸홀스의 타석 때 1루 주자 앨런 크렉이 2루를 훔치려다 아웃되면서 마지막 기회를 날렸다. 푸홀스와 같은 거포의 한 방이면 동점이 될 상황에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여하튼 라루사 감독은 불펜 지시를 ‘텍스트 메시지’로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됐고, 레인저스는 상대의 ‘미스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한 홈 필드 이점 덕분에 50년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 앞으로 다가선 셈이다.
한편 6차전은 26일 세인트루이스에서 카디널스 좌완 하이미 가르시아 대 레인저스 우완 콜비 루이스의 2차전 리매치로 벌어진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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