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MLB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라이언 브론이 경기력을 향상시켜 주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젊고 잘 생긴데다 실력까지 갖춰 MLB를 이끌고 갈 차세대 스타로 꼽히던 브론의 약물 복용은 충격적이다. 브론의 스캔들은 어느 드라마보다도 극적으로 펼쳐진 올 월드시리즈를 발판으로 또 한 번의 르네상스를 꿈꾸던 MLB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브론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3할3푼2리에 33홈런, 111타점이다. 이런 빼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브론은 MVP를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총액 1억5,000만달러의 대박 계약까지 이끌어 냈다. 그의 금지약물 복용이 더 충격적인 것은 프로야구가 ‘스테로이드 시대’의 오명을 씻어내고 깨끗한 야구를 표방한 이후 터졌다는 점 때문이다.
MLB는 극심하게 스테로이드 몸살을 앓고 난 후 재발을 막기 위해 많은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브론의 약물 복용이 드러나면서 이런 조치들의 실효성이 의문이 제기된다. 검사를 강화해도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 답은 프로야구가 가진 보상 시스템에 있다.
프로스포츠는 가장 대표적인 승자독식 분야다. 스타급 선수의 보상은 그저 그런 선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승자독식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아주 적은 능력의 차이가 보상에서는 대단히 큰 격차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 비율이다. 한 선수의 기량과 성적이 다른 선수보다 10% 정도 뛰어날 경우 보상은 몇 배, 심지어 몇 십 배 더 많다. CEO들이 종업원들보다 수백 배의 연봉을 받는 것도 같은 경우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310만달러이다. 그러나 대다수 선수들은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뛰고 있다.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일부 선수들의 연봉이 실상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프리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량이 조금 뛰어나다 싶은 선수들은 과도한 연봉을 챙겨왔다. 여기에다 신자유주의 경제하에서 큰돈을 번 구단주들의 자존심 싸움까지 더해지면서 스타급 선수들이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선수들은 이런 시장구조 안에서 강한 탈선의 유혹을 받게 된다.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성적만 조금 더 올리면 그것은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뜻한다. 그리고 운이 없어(?) 적발되더라고 수십 경기 출장정지만 먹으면 그만이다. ‘받게 될 보상’과 ‘치러야 할 대가’ 간에 극심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유혹에 마음이 쉽게 흔들린다. 아무리 검사를 강화해도 약물에 손대는 선수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과도한 보상과 인센티브는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양날의 칼’이다. 경제학자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본 결과 동기부여의 수준이 낮을 때에는 인센티브가 더 높은 성과로 이어지지만, 동기부여 수준이 높을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해 성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보상이 성과에 대한 압박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프로스포츠는 어느 분야보다도 동기부여 수준이 높다. 선수들은 더 많이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의 결과로 큰 보상을 받게 된 이후에는 기대에 못 미치곤 한다. 초대박 계약을 터뜨린 후 돈값을 전혀 못하는 ‘먹튀’로 전락하는 선수들처럼 말이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돈값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약물에 손댔다”고 고백한 것도 과도한 보상이 어떤 폐해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승자독식 보상이 시장의 불합리성에서 비롯된다고 주장는 많지만 과거에도 시장은 불합리했다. 단지 과거에 있었던 규제와 규범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브론은 출장정지 당한 50경기에 해당하는 만큼의 연봉은 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9년 동안 여전히 1억4,500만달러 이상 챙겨가게 된다. 그러니 선수들 입장에서는 한번 해볼 만한 도박이 아니겠는가. 이익은 개인이 가져가고 손실은 대중이 책임진 월스트릿의 도덕적 해이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브론의 약물 복용은 한 개인의 단순한 일탈을 넘어 승자독식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일그러진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