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수한 인간들의 욕망과 변덕, 그리고 공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작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촌이 하나의 생활권이 되고 실시간 정보망으로 묶이면서 주식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요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파장을 국지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됐다. 주식 전문가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 전망이 어려운 작업이긴 해도 ‘족집게’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비법 하나를 귀띔해 주겠다. 우선 1만명 정도의 잠재 고객들을 선정한 후 둘로 나눠 각각 다른 분기 전망보고서를 보낸다. 하나는 긍정,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3개월 후 시장 상황에 따라 맞는 내용을 발송한 고객들을 둘로 나눠 두 가지 보고서를 다시 보낸다. 이렇게 3번만 반복하면 최소한 1,250명으로부터 “예측 능력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번 웃자고 소개한 비법이지만 그만큼 주식시장 전망은 어렵다는 얘기다.
신년이 시작되면서 여러 가지 경제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위축된 소비자들의 심리를 풀어주자는 뜻에서인지 신년 전망이 대단히 부정적인 경우는 드물다. 객관성도 중요하지만 경제는 심리라는 계산이 조금은 깔려 있는 듯하다.
경제 전망들 가운데는 주식시장 전망도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올 미국의 주가가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P 500의 경우 13%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주식시장의 역사적인 패턴과 경기침체 우려의 퇴조 등등 낙관의 근거는 많다. 주식투자가들에게는 반갑고 훈훈한 전망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지난 2010년 말에 나온 2011년 주식시장 전망도 낙관 일색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월스트릿의 대표적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S&P 500 지수가 2011년에 거의 2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2011년 주식시장 성적표는 초라했다. S&P와 나스닥의 경우 상승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에는 수많은 투자가들이 귀를 기울인다. 권위 있는 투자회사가 내놓은 전망이라며 무조건 믿고 돈을 쏟아 부은 사람은 낭패를 당했을 수도 있다.
투자회사들과 증권사들이 내놓는 전망은 거의 예외 없이 장밋빛이다. 월스트릿에서 나오는 기업전망 보고서들을 분석해 보면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장사의 95%가 매수를 권유할만한 기업이라고 한다면 소도 웃을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투자사들은 이런 낙관과 긍정으로 가득 찬 분석과 전망들을 계속해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투자사들의 수익 동기다.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되도록 거래가 빈번히 이뤄지도록 유인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그래서 “팔라”고 하기보다는 “사라”는 권유를 많이 하게 된다.
또 기업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 기업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이런 투자회사들은 기피대상이 된다. 나쁜 평가를 내리는 분석가들은 우선 그들이 속한 투자사가 싫어한다. 또 기업 설명회 초청에서 제외되는 등 왕따 당하기 일쑤다. 부정적인 전망은 되도록 피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저명한 투자분석가이면서 투자사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을 주저하지 않아 ‘월스트릿의 이단아’로 불리는 마이크 메이요는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주식시장에 돈을 넣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들을 위해서 일했다”고 고백했다. 낙관적 전망을 남발하는 투자사들은 예측이 빗나가도 아닌 말로 “아니면 말고” 한마디면 그만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호황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처럼 증시가 불안정할 때는 장밋빛 렌즈로 내다 본 전망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투자사와 브로커의 달콤한 속삭임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분석기관의 전망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름의 식견과 냉철함 없이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수익이 아닌 후회만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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