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한때는 프로야구가 가장 인기 있었지만 그 자리를 NFL에 내준지 오래됐으며 인기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기는 돈이 말해준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NFL의 중계권료가 바로 그렇다. 최근 NFL은 공중파 TV들과 연 평균 31억달러의 중계계약을 맺었다. 케이블과 디렉TV 등을 합하면 연간 중계권료만 60억달러를 상회한다.
방송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내놓으며 NFL 중계에 목을 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청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들의 등장으로 TV가 과거처럼 높은 시청률을 올리던 시절은 지나갔다. 단 하나 예외가 NFL이다. 정규시즌 경기는 10% 이상이 기본이고 빅 매치는 20%를 훌쩍 넘는다. 이번 일요일 벌어지는 수퍼보울 같은 경우에는 50%에 육박한다. 풋볼시즌 TV방송사들의 주간 시청률 조사를 보면 1위에서 20위까지를 풋볼이 싹쓸이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NFL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풋볼이라는 경기가 지닌 남성성과 미국인의 정서에 맞는 경기 방식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다고 해도 그것이 곧 인기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물건의 품질이 좋다고 해서 저절로 대박 상품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NFL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다른 스포츠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운영방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공존의 추구’이다. 32개 팀으로 구성된 NFL은 철저하게 평등주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중계수입은 물론이고 스폰서 수입, 그리고 NFL 로고가 찍힌 상품 판매 수입까지 똑같이 나눈다. 심지어 홈경기 입장 수입의 40%는 방문 팀 몫이다.
경기는 전국중계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 TV와의 별도 계약은 없다. 대도시 인기 팀들이 지역 방송들과 별도의 계약을 맺어 거액을 챙기는 야구, 농구와는 다르다. 그러니 NFL 팀들은 굳이 대도시를 선호할 까닭이 없다. LA 같은 대도시가 장기간 프로 풋볼 팀 하나 없이 방치되고 있을 정도다.
또 선수들의 연봉에 엄격한 샐러리캡을 적용한다. 야구나 농구의 경우에도 샐러리캡은 있지만 사치세를 내면 이것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부자 구단들에게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NFL은 철두철미하게 이것을 지킨다. 부자 구단이라고, 또 구단주가 돈이 많다고 비싼 선수들을 마구 영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팀도 고액 연봉의 스타선수들을 독점할 수 없다. 거액을 안겨주면서 특급선수들을 독식해 ‘악의 제국’이라는 비난을 받는 뉴욕 양키스 같은 팀이 NFL에서는 불가능하다.
경제적 능력이 된다고 명문대 진학을 위해 고액의 사교육을 마음대로 받는 것 같은 불공정 경쟁은 NFL에서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인구 수십만의 군소도시 팀들도 대도시 팀들과 대등한 전력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은 경기의 긴박감과 재미로 이어지고 인기를 확대 재생산한다.
그리고 신인선수를 뽑는 드래프트 순번 역시 100% 전년도 성적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성적이 나빴던 팀에 최우선권이 주어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력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것이다. 뒤처진 팀에게는 즉시 출발선에 나란히 설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리그의 전력이 양극화 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
NFL의 독보적인 인기는 ‘공존’이라는 기본 철학 위에 ‘공평’을 지향하는 룰을 만들고 ‘공유’의 분배제도를 시행한 데 따른 성과이다. ‘공존’ ‘공평’ ‘공유’라는 ‘3공 정신’은 리그의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 온 원동력이 됐다. NFL의 성공은 다른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야 내 것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갈 때 오히려 내 몫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해주는 사례다.
스포츠 경기장 내의 시스템을 수많은 인간들이 얽혀 사는 경기장 밖의 삶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폐해에 대한 성찰이 확산되고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때에 NFL의 ‘3공 정신’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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