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의 독신자 5541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 실시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21세 이상 응답자의 거의 40%가 결혼을 원하는지 아닌지 “확실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혼은 미친 짓인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독신자들의 3분의 2가 결혼에 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 전역의 독신자 5,54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시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21세 이상 응답자의 거의 40%가 결혼을 원하는지 아닌지“확실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 마음 나도 몰라”가 이들의 대답인 셈이다. 전체적으로 34%가 결혼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27%는“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결혼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 확실치 않거나 아예“뜻이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3분의 2를 넘어선 셈이다. 이는 달라스에 소재한 데이팅 웹사이트 운영업체 매치닷컴(Match.com)의 의뢰에 따라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마켓툴스가‘미국의 독신들(Singles in America)’이라는 고정된 주제로 올해로 두 번째 실시한 연례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추려낸 결과다.
‘미국의 독신들’ 설문작성 작업은 빙햄턴대학 진화학연구소와 생물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 섹스 테라피스트(sex therapist:성치료사) 로라 버만 등이 담당했다.
이번 조사의 참여자들은 ‘결혼’이나 ‘관계 쌓기’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21.3%는 “관계를 추구하고, 발전시켜나갈 시간이 없다”거나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관계를 모색 중”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12.7%에 불과했고 46.8%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뜸을 들였다.
또한 16.9%가 “지금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으며 2.2%는 단 한명에 ‘올인’하는 대신 여러 명과 자유로이 성적 관계를 맺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조사에 응한 독신자들의 90.5%는 이성애자였고 56.5%는 결혼 “전과”가 없었다. 또한 30.9%가 이혼 전력을 지닌 ‘돌아온 싱글’이었다. 10.2%는 배우자와 사별한 것으로 나타났고 2.4%는 별거 중이었다.
이번 조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스탠포드대학의 시화학자 마이클 로젠펠드는 “지난 35년간 미국에서 결혼은 줄기차게 내리막길을 달렸다”며 많은 독신자들이 혼인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비자발적 독신이 많았으나 이 같은 추세 역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로젠펠드는 “구세대 독신자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표출되던 결혼욕구가 신세대로 넘어오면서 움츠러들었다”고 분석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신세대는 결혼이 꼭 필수가 아닌 환경에서 성장했다.
UC샌타바바라의 방문교수인 심리학자 벨라 디파울로는 이번 조사는 많은 사람들이 독신을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잠재적 파트너의 종교, 인종적 배경과 재정상태가 사랑의 싹을 초장에 잘라내는 ‘관계파괴 요인’이라는 오랜 믿음도 ‘유효기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독신자들’ 설문작성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럿거스대학의 저명 인류학자 헬렌 피셔 교수는 요즘의 미혼자들은 ‘선배’들에 비해 이 같은 문제에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관계파괴 요인을 순위별로 정리하면 상대방의 단정치 못한 외모(67%), 게으름(66%), 지나친 찌들림(63%), 유머감각 결여(54%), 세 시간 이상의 물리적 거리(49%)가 1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여성의 13%, 남성의 7%만이 배우자가 자신과 동일한 종교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고 여성의 13%, 남성의 8%가 동일한 인종적 배경이 ‘필수’라는 조건을 달았다.
잠재적 배우자가 되려면 “최소한 나와 동일한 수준의 돈을 벌어야 한다”는 대답은 여성 쪽이 36%로 남성의 13%에 비해 훨씬 높았다. 여성은 남성의 키와 지갑을 본다는 별개의 여론조사 결과에 상응하는 대목이다.
백수라는 치명적 조건에 대한 반응도는 인종차를 보였다. 백인의 44%가 “관심이 가는 사람이라면 직업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대답한데 비해 같은 반응을 내놓은 라티노와 아시안의 비율은 각각 34%, 흑인은 31%였다.
21~39세 연령층에 속한 여성 독신자의 41%, 남성의 36%는 “결혼 후 아기를 원하는 사람이어야 배우자 낙점을 받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포트 로더데일에 거주하는 제레미 클라인(26)은 현재 적극적으로 이성과의 관계를 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온라인 데이팅을 시도할까 생각중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 밥벌이에 매달리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는 그는 “결혼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로 일하는 그는 “만약 확실히 결혼을 해야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벌써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꾸리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가 속한 연령대에서는 결혼을 원하는 독신자가 다수다. 이번 조사에서 21~39세 남성의 56%, 여성의 62%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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