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주는 중국인들이 자랑하고 사랑하는 대표적인 명주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이 술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상하이 지역의 경우 지난 1년 사이에 마오타이주 가격이 무려 138%나 폭등했다. 한 병당 가격이 2,000위안(300달러)까지 치솟자 당국은 원인 조사를 벌였다.
밝혀진 주범은 공직자들이었다. 공직자들이 정부 돈으로 지출하는 회식과 접대 자리에서 마오타이주를 마구 시켜먹는 바람에 가격이 오른 것이다. 수요 공급의 원리에 의해 뛴 것인데 얼마나 많이 마셔댔으면 가격까지 올렸을까 싶다.
공무원들이 자기 돈으로 마오타이주를 사먹어야 했다면 그렇게 많이 마셔댈 수 있었을까. 대답은 물론 “절대 아니다”이다. 문제가 커지자 상하이 인민대표회의는 공무원들이 공금으로는 고급술을 시켜 먹을 수 없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직자들의 공금 유용 행태는 개개인의 방만한 윤리의식이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금이 지니고 있는 성격에 기인한다. 공금은 글자 그대로 개인 소유가 아닌 공적인 돈이며 공공이 소유주이다. 엄밀하게 말해 주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이 너무 많다보니 주인이 없는 것처럼 된다. 이른바 ‘임자 없는 돈’이 되고 관리와 감독이 허술하다 싶으면 마구 써대고 싶은 유혹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연방조달청(GSA)이 지난 2000년 공금을 남용해 라스베가스에서 호화 직원연수회를 가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청장이 사임하고 지난주 연방의회 청문회가 열리는 등 워싱턴이 시끄럽다. GSA는 직원연수회에 총 82만달러의 국민 세금을 펑펑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GSA 간부가 연수회 준비 직원들에게 예산을 과도하게 쓰더라도 지난번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행사를 치를 것을 지시한 내용이다. 자기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다면 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공금 남용 스캔들이 GSA만의 문제일 것이라 믿을 사람은 없다. 그리고 최근 중국의 공직사회 부패가 말해주 듯 공금의 유혹은 이념도 가리지 않는다.
‘공금의 비극’은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공재산의 비극’에 해당된다.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마을의 저수지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목초지를 생각해 보자. 이 재산은 마을 사람 전부가 주인이다. 그러나 소유관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관계로 이런 공유재산은 비극의 길을 걷게 된다. 누군가 물고기를 마구 잡고 목초지에서 자기 가축들을 먹이면서 공유재산은 곧 고갈되고 결국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공원의 화장실이 깨끗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공공재산의 비극은 사회주의의 실패에서도 확인된다. 개인의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제체제는 더 땀 흘리고 자기 재산을 알뜰히 지킬만한 동기를 전혀 부여하지 못한다. 공적인 재산은 함께 불려가야 할, 그리고 아껴야 할 인센티브를 전혀 주지 못한다.
그러나 개개인이 저지르는 소소한 공금 남용의 폐해는 권력에 의해 초래되는 공금의 비극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랏돈을 마치 제 돈 인양 마구 써대는 도덕적 불감증과 탐욕은 훨씬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몇 년간 서울시가 한강을 꾸민답시고 대대적으로 벌인 사업에는 1,000억원이 훨씬 넘는 혈세가 들어갔다. 반대의 목소리가 컸지만 당시 시장은 이를 묵살하고 밀어붙였다. 자신의 치적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과 오만이 부른 일방독주였다. 그 결과 볼썽사나운 몇 개의 구조물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공금의 비극은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를 뿌리 뽑기란 쉽지 않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가장 바람직한 처방이겠지만 이상론일 뿐이다. 사적 이익을 위한 남용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목민심서’를 쓴 다산 정약용은 공금의 비극을 일찌감치 꿰뚫어 보고 있었다. 목민심서는 베트남의 국부 호치민이 평생 머리맡에 두고 가르침으로 삼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다산은 이 책에서 관리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청렴’과 ‘절검’(절약과 검소)을 들었다.
다산은 “불학무식한 자가 어쩌다가 수령이 되면 방자하고 교만하고 사치하게 돼 이무런 절제도 없이 돈을 남용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재물을 아끼기는 쉬워도 나라의 재물을 아끼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시대를 초월해 모든 공직자들, 특히 권력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따끔한 지적이다. 나라의 곳간을 맡길 인물을 제대로 뽑는 일은 그래서 더 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이다.
<조윤성 논설위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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