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의 두 거인 애플과 삼성이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특허소송 전쟁을 벌이면서 ‘차별화’(differentiate)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IT 전문가, 특허법 전문가는 물론이고 미국과 한국의 일반인들까지 친 애플, 친 삼성 진영으로 양분돼 애플-삼성간의 시장 쟁탈전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유럽과 호주, 한국, 일본 등에서는 서로 잽을 주고받았지만 세계최대 IT 시장인 미국에서 벌어진 소송 1라운드에서는 애플이 예상을 뒤엎고 압승을 거뒀다. 애플이 5년 전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아이폰’을 발표한 뒤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두자 굴지의 글로벌 IT 기업들은 너도나도 애플 따라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회사, 저 회사에서 내놓는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이 대동소이하다. 화면 크기만 다를 뿐 전화기 모양은 하나 같이 직사각형이고 스마트폰을 작동하게 만드는 운영 시스템(OS) 또한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 제조사들이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를 갖다 쓴다.
현실이 이러하니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신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 차별화에 올인 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 차별화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사의 제품과 다르게 보이기 위해 전화기 모양을 세모나 동그라미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기상천외한 기술이 하루아침에 개발되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제품을 차별화해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5년 뒤, 10년 뒤엔 차별화에 성공한 기업만이 간판을 내걸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명문사립대 조기전형 마감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고교생들의 고민도 첨단 IT 기업들의 고민과 매우 흡사하다. 최고의 명성을 가진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성적과 시험점수는 모두 톱이다. 죄다 AP 과목에 4년 내내 올 A를 받은 학생이 수두룩하다.
우등생들의 SAT 시험점수도 2,400점 만점에 2,300점은 된다. 알파벳과 숫자로 표시되는 하드스펙만 보고서는 누구를 받아들이고 누구를 탈락시켜야 할지 가려내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입시생 또한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에 올인 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하버드를 보자. 올 가을학기 하버드에 지원한 3만4,302명의 학생 중 2,032명만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합격률은 역대 최저인 5.9%를 기록했다. 하버드는 미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교 수석졸업자가 지원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하버드에는 3,000명에 달하는 고교 수석졸업자가 지원했다고 한다. 합격자 전원이 수석졸업자라고 가정해도 1,000명의 수석졸업자가 낙방한 셈이 된다. 명문대일수록 합격의 영광을 차지하는 학생들은 GPA와 SAT 점수 외에 당락을 가르는 ‘플러스 알파’ 요인이 있다.
이것은 훌륭한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독특한 과외활동 경력이 될 수도 있다. 올 가을학기 입시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하버드에 합격한 한 학생은 공부도 잘 했지만 입학사정관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인 내용의 에세이를 써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오로지 남들과 차별화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들이 발을 들여 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심도, 재능도 없는 분야에 뛰어들어 시간을 보내봤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다. 9~10학년 때 아무 생각 없이 학교와 집만 오가다 가장 중요한 11학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학생들을 종종 본다.
미안한 얘기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차별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멀리 앞을 내다보고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야 한다.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차별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깊이 있게 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환경을 만들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구성훈 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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