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국상을 당한 우리의 아픈 가슴에 칼질을 하고 우리의 최고 존엄에 대한 중상모독과 정치테러 행위까지 감행하면서 북남 관계를 총 파산시킨 남조선의 현 집권세력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제67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지난 1일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남측은 최악의 국가적 손실을 겪은 북한 주민의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고 굴욕감을 안겨 주는 정치적 테러마저 서슴지 않았다. 이로서 남북 관계는 완전히 파산했다.”
한국 언론들이 박 부상이 기조연설에서 말했다며 전한 보도이다.
“아픈 가슴에 칼질을 하고”가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고”로 전달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칼’이 ‘소금’으로 둔갑한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각국 대표들은 총회 기조연설 시간에 맞춰 연설문 사본을 유엔에 제출하게 돼 있다.주유엔북한대표부 역시 이러한 규정에 따라 박 부상의 영문 연설문을 유엔에 제출했다.그리고 그 연설문을 보면 문제의 연설 부분에 “rubbed salt into wounds of our people"(우리 인민의 상처에 소금을 문질렀다)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박 부상은 총회 단상에 올라 기조연설을 영어가 아니라 ‘조선어’(한국어)로 했다.그가 연설문에서 ‘소금’으로 돼 있는 부분을 단상에 올라서는 ‘칼’로 바꿔 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통신사에서부터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 뉴스 사이트까지 모두 하나같이 박 부상이 단상에서 ‘소금’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연설을 청취하고 보도한 것이 아니라 북한 대표부가 유엔에 제출한 영문 연설문을 번역해 보도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통신사는 박 부상이 마치 영어로 연설했듯이 그가 단상에서 “DPRK(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참을성이 무제한한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으며 여기서 ‘DPRK’의 한자 한자를 힘주어 말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물론 “칼질을 하고”와 “소금을 문지르고”는 같은 뜻이 담겨있어 별 문제가 안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기 위하여 일단 유사시 무력침공에 이어 군정을 실시할 때에 대한 내용의 조선전쟁 계획들을 유형별로 완성하여 놓고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를 “미국이 이미 새로운 한국전쟁을 일으킬 시나리오를 완성했으며 실행할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한 것은 조금 다르다.
또 “오늘 조선반도는 미국의 구태의연한 대조선적대시 정책으로 말미암아 대결과 긴장격화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한 점의 불꽃이 곧 열핵전쟁으로 번져 질수 있는 세계 최대의 열점지역으로 되고 있습니다”가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으로 한반도는 불씨 하나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분쟁지역이 됐다”로 보도된 것은 더더욱 그렇다.
외교에서 “아”와 “어”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 있다.
자칫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되고 있습니다”가 “됐다”로, “유사시”가 “새로운”으로, “칼”이 “소금”으로 와전됐을 때와 같이 말이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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