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각종 선거에 출마한 미 주류사회 후보들은 다음 주 실시되는 선거를 앞두고 직접 우리 신문사를 찾아오거나 광고 또는 기자 회견을 통해서 한인 커뮤니티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부쩍 늘었다.
이는 한인 커뮤니티로 보아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미 정치인들이 한인 유권자들의 표밭을 의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유권자들의 수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또 시정 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 정치인들과 카운티 정부와 주요 도시에서 시의회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수십명의 한인 커미셔너, 한인 비영리 단체들이 한인사회를 알려온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인 정치인들은 동료 미국 정치인들을 한인사회에서 열리는 각종 모임에 초대해 한인문화도 소개했다. 김치, 불고기, 김밥, 순두부 등의 한국 음식들은 미 정치인들에게 이제는 너무나 친숙하게 됐다. 한인 단체들은 기금모금 디너파티를 비롯해 주요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로컬 정치인들을 초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요 도시 시의회들은 작년에 한미 FTA 지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고 1월13일을 ‘미주한인의 날’로 기념하는 결의안을 앞다투어 선포했다. 어바인 시청 광장에서는 타 민족들과 한인 2세들이 대거 참가하는 한국 문화 축제도 매년 열리고 있다. 미 주류사회에서 한인커뮤니티는 이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커뮤니티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외형적으로는 한인 정치력 신장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지만 커뮤니티 내부를 보면 그렇지 못하다. 미 주류사회에 내세울 만한 뚜렷한 정치관련 커뮤니티 기구나 단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라틴계를 비롯해 타 커뮤니티에서 선거를 앞두고 흔하게 열리는 ‘후보자 초청 포럼’과 같은 통상적인 이벤트마저도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에서는 올해 전무했다. 지인이나 동료 정치인들로부터 소개받은 후보자들은 한인커뮤니티를 방문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그쳤다.
정작 한인들은 후보자들이 한인사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검증’과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또 한인들이 원하는 정책들을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같이 후보자 포럼을 비롯한 미 정치에 관련된 행사들은 한인 1.5세나 2세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정치력 신장기구나 단체에서 주도해나가야 하지만 현재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같은 모임이 없다.
그나마 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비영리 단체인 한미연합회 OC지부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비롯해 여러가지 요인으로 한인타운에 있던 사무실 문을 닫은 지 2년 가까이 된다. 현재로서는 재개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오렌지카운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정치인들은 대부분 1세이지만 앞으로 한인 1.5세와 2세들의 정계 진출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한인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정치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여러가지 사안들에 많이 부딪칠 것이다.
커뮤니티의 정치력을 결집시킬 수 있고 미 주류사회 정치 단체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한인 단체가 필요하다. 한미연합회 OC지부의 활동재개가 불가능하면 한인 1.5세와 2세들이 주축이 되는 새로운 정치력 신장 기구를 결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이에 대한 논의가 한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태기 부국장, OC취재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