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우(자유기고가)
3일 동안 방 안에 갇혀 있었다. TV는 채널마다 태풍 샌디 뉴스뿐이다. 값비싼 고급 자동차가 고속도로 옆에 깜빡이만 켜놓고 서 있다. 기름이 떨어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럴 때에는 고물 차라도 좋다. 기름만 탱크에 가득 채워져 있다면 그런 자동차가 최고이다. 그런데 나의 고물차에도 기름이 없다. 전철도 끊어졌다.
가끔씩 걸려오는 전화는 좋은 뉴스가 있을 리가 없다. 대부분 전기 파워가 끊어져 고생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사람들에 비유한다면 나는 복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저러나,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허리가 아프다, 생활 리듬이 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실에서 방으로, 방에서 거실로, 할 일없이 왔다 갔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CD를 찾았다. CD꽂이 선반 위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다. 청소도 할 겸 CD 한 장 한 장 손질을 하며 정리해 보았다.
통기타를 배웠던 시절, 그 시절이 그리워 기타의 명곡들만 들어있는 CD를 찾았다. 쟈니 기타, 예스터데이, 금지된 장난 등의 곡에 취해 과거의 뿌연 안개속으로 빨려 들어갈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센티멘털해지며 더욱 우울해졌다. 이번에는 라-밤바, 탱고, 트위스트, 등 명쾌한 곡에 맞춰 혼자 춤을 추어 보았다. 머리에서만 곡을 따라가지 몸뚱이는 딱딱하게 굳어 있다. 허리도 돌아가지 않는다. 발놀림도 리듬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것이 세월인가, 진리가 따로 없다, 이것이 진리임을! 침대위에 벌렁 양팔을 벌이고 들어 누어 버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힘이 솟구치는 힘찬 노래는 없을까? 금세기 가장 유명한 세 사람의 테너 가수들 카레아스(J. Carreras), 도밍고(P.Domingo), 파파로티(L.Pavartt).
이들이 부르는 ‘오-홀리 나잇(O, Holy Night)’을 들으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힘이 솟아난다. 고음의 목소리가 막혔던 내 답답한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그때 부엌에서 또 다른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아내가 연말이면 교회성가대에서 부르는 메시아 합창 연습 노래 소리다. 지난해 연말 이웃돕기 자선 음악희를 갔었던 기억이 난다. 퀸즈칼리지 강당, 공연장 천장이 날아갈듯 열광했던, 1741년 헨델이 작곡한 메시아 2부 마지막 장면 예수님의 승천,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 때는 관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불렀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멀리 갈 것이 있는가? 가까운 이웃부터 태풍 피해는 없는지 살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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