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11일 가든그로브 시의회에서 브루스 브로드워터 신임 시장과 베트남계 크리스 팬 시의원 당선자의 선서식이 열렸다. 이날 시의회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방청객들로 붐볐다. 이중 대부분은 베트남계 시민들이었다.
이같이 베트남인들이 시의회로 몰려온 것은 크리스 팬 시의원의 당선 축하와 함께 아깝게 차점자로 낙선한 베트남계 정치인 팻 부이를 시의원에 앉히기 위해서였다. 브루스 브로드워터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그 빈자리를 시의원들의 투표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여러 명의 베트남 커뮤니티 인사들은 팻 부이를 시의원으로 임명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들은 아깝게 3위(1, 2위 당선)로 떨어진 그에게 시 발전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고 호소했다. 그가 베트남 방청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시의원에 임명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방청객들의 의견을 모두 청취한 시의원들은 새 시의원 선출 작업을 막 들어가려는 순간 베트남계 시의원인 디나 누엔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시간을 얻어서 베트남어로 준비한 연설문을 읽었다. 그녀는 강력한 임명 후보였던 팻 부이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겨냥한 연설을 했다.
디나 누엔 시의원의 베트남어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한 방청객은 ‘이곳이 미국인데 알아듣지도 못하는 베트남어를 누가 통역을 할 것인가’라고 고함을 쳤다. 이에 누엔 의원은 자신이 통역할 것이라고 말하고 연설문을 다 읽은 후 영어로 통역했다.
시의원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시의회에서 공식적인 연설을 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기 때문에 일부 방청객들은 그녀의 연설에 대해 상당히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물론 방청석에서 듣고 있던 팻 부이는 자신을 겨냥했다면서 강하게 반발해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했다. 브루스 브로드워터 시장이 그에게 자리에서 앉아 줄 것을 강한 어조로 얘기해 진정됐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디나 누엔 시의원의 베트남어 연설이 있은 다음날 몇몇 가든그로브 주민들이 그녀에게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편지들은 ‘시의원이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날 시의회는 베트남계 후보 팻 부이를 선출하지 않고 작년 11월 선거에서 현역임에도 불구하고 낙선한 크리스 비어드를 뽑았다. 팻 부이는 크리스 팬 시의원이 추천했지만 제청이 없어 투표에 조차 부쳐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GG시의회 5명의 시의원 중에서 베트남계 의원은 2명으로 구성되어 베트남계가 다수를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베트남계 정치인들의 가든그로브 시의회 장악은 머지않은 것 같다. 가든그로브 전체 유권자는 6만5,000여명으로 이중에서 베트남계 유권자는 2만1,057명(작년 초 집계)에 달한다. 한인유권자 1,888명과 비교해서는 무려 11배가량 많다. 또 멕시코계 유권자 수 4,824명에 비해서는 5배가량 넘는다. 남가주 베트남 타운인 ‘리틀 사이공’이 자리 잡고 있는 웨스트민스터시의 베트남 유권자 수보다도 많다.
이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가든그로브 시에서 시의원이나 시장에 당선되려면 베트남 커뮤니티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곳에서 베트남계 후보가 선출직 공무원에 나오면 당선될 확률이 높다. 지명도가 낮은 베트남계 후보가 출마해도 일단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꼽을 수 있다.
한인커뮤니티 입장에서는 가든그로브 시에서 정치력을 가지려면 베트남 커뮤니티와의 공조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베트남 커뮤니티는 정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든그로브 시에서 한인 정치력 향상은 베트남 커뮤니티와 함께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태기 부국장 /OC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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