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은 한인들의 미국이민이 시작된 지 꼭 110년이 되는 날이었다. 나라가 기울어 가던 구한말 힘없고 가난한 조선의 민초들은 불안감과 희망 속에 새 삶을 꿈꾸며 미지의 땅 미국으로 향했다. 상선 겔릭호를 타고 제물포항을 떠난 이들은 긴 항해 끝에 1903년1월13일 새벽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남성 48명, 여성 16명, 어린아이 22명이 하와이에 첫발을 디딤으로써 한인들의 이민사는 시작됐다.
연방의회는 지난 2005년 한인사회의 공로와 기여도를 인정, 매년 1월13일을 ‘미주한인의 날’로 기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올해도 이날을 맞아 한인사회와 주류사회는 갖가지 행사들을 마련해 자축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한인들은 정말 열심히 살며 이 땅에 뿌리를 내려왔다. 한인들의 흘린 땀과 노고는 고스란히 놀라운 성장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인들의 기여는 외형적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 이민사가 길어지고 각 분야에서 훌륭한 인재들이 계속 배출되면서 한인사회는 미국사회에 다양성과 역동성을 불어 넣어주는 모범적인 커뮤니티로 우뚝 섰다. 한인들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만한 자화상이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지난 2003년 이민 100주년을 맞아 선조들의 이민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본격화 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승해 주기 위한 체계적 사업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매년 행사들은 많이 열리지만 의미 있는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이민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후대에 전승해 주는 일이며 이민사 박물관이나 기념관 건립도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인사회의 경제적 파워로 볼 때 그리 어려운 사업은 아니다. 신뢰받는 단체와 인사들이 중심이 돼 뜻과 역량을 모은다면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매년 찾아오는 미주한인의 날을 의례적인 기념식 몇 번 하는 것으로 지나 보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진지하게 역사의 전승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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