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들에 태권도 가르치는 양성욱 관장
▶ 20~80대 연령층 30명에 몇배 이상 정성들여 지도 오는 27일 솜씨 발표도
“히~~ 얍!! 앞은 안 보이지만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주춤서기 동작도 어설프기만 한 시각장애인들에게 10년 넘게 태권도를 가르쳐 온 한인 태권도 관장이 있어 주위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브레아에 있는‘샴바라 매스터 아츠’ 도장의 양성욱 관장. 양 관장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애나하임에 있는 비영리 시각장애 전문학교‘브래일 인스티튜트’에 가서 태권도를 지도한다. 눈으로 보고 자세를 잡아야 하는 운동을 눈이 불편한 장애우들에게 지도하기 위해 평상 때보다 배 이상의 구슬땀을 흘린다.
양성욱 관장은 “태권도라는 새로운 운동을 배운다는 의미보다는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며 “삶 속에서 장애 때문에 주눅이 들어 있던 사람들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양 관장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우는 시각장애인은 30여명. 20대 젊은이부터 80대의 고령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꾸부정한 자세에 항상 주눅이 들어 있던 사람들이 태권도를 배우면서 삼삼오오 자신들만의 모임을 만들어 활력을 찾았다. 지난달에는 이들 모임에서 부부가 탄생하기도 했다.
양성욱 관장은 “태권도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격투기나, 단순한 운동종목 중에 하나 그 이상의 것”이라며 “몇몇 사람은 창피하다는 이유로 지팡이 사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옛 도사들도 지팡이를 사용해서 자신을 보호했다고 설득하면서 자존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양 관장은 태권도가 발동작을 지칭하는 ‘태’, 손동작을 지칭하는 ‘권’, 정신을 지칭하는 ‘도’가 모이는 것처럼 올바른 자세와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손동작이나 발동작 등의 기술보다는 할 수 있다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데 주력한다.
양 관장이 시각장애우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지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다. ‘브래일 인스티튜트’ 주차장에서 강도를 당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간단한 호신술을 지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양 관장을 찾은 것에서 시작됐다. 30대의 젊은 양 관장도 이들을 지도하기에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처음 3~4명으로 시작한 후 3년 만에 태권도 지도를 포기한 적도 있다.
양성욱 관장은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앓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합병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뇨로 다리를 잃거나 다른 신체를 잃은 사람들을 보게 되고 마음이 무거웠다. 중압감에 못 이겨 포기하고 1개월 정도 지나니 책임감에 죄책감마저 들기 시작해 다시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고 고백했다.
이런 양 관장의 마음은 12년 전에 휠체어를 타고 동생을 따라 온 아이가 태권도를 무척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고 기본적인 동작을 가르치고 시범경기에도 나가 3발짝을 걷고 기본동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
양성욱 관장을 도와 태권도를 지도하는 트리 튜린트 사범은 양 관장에게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서 3년 전 검은 띠를 땄다. 지금은 스스로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을 살려 상대방의 어려움까지 이해하며 열성적으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재산”이라는 트리 튜린트 사범은 6개월 전 점자로 된 태권도 교범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문적으로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태극 1장부터 8장까지 자세는 물론 자세한 동작의 설명까지 담아냈다.
시각장애우 태권도 팀은 오는 27일 ‘브래일 인스티튜트’에서 개최하는 ‘케인 퀘스트’에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일 계획이다.
문의 브레일 인스티튜트 (714) 821-5000, 샴바라 마스터 아츠 (714)256-2000
<신정호 기자> jh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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