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좀비’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좀비를 주제로 한 작품들도 아이들이 즐겨보는 것 같아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그 뜻을 찾아보았다. 한 인터넷 포털 사전에 따르면 좀비(zombie)는 1.컴퓨터에서 시스템 자원은 점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프로세스 2.채팅이나 IRC에서 연결은 끊어졌으나 채팅서버에는 등록되어 있는 사용자 3.다른 프로그램이나 다른 사용자를 조종하도록 악의적으로 설정된 컴퓨터와 같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들을 보면 좀비란 살아있는 시체를 말하는 듯하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주입시켜 되살려낸 시체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 좀비는 우리의 일상과 전혀 무관한 상상속의 관념일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얼마전 미국 여러 도시에서 실제로 사람의 살을 씹어 먹는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반나체의 남자가 지나가던 행인을 공격하여 얼굴 살점을 뜯어 먹었다는 것이다. 그가 정신과 약물의 영향을 받아 멀쩡한 사람의 행동이라고 할 수 없는 짓을 했을 수도 있다. 하여간 정상적인 뇌기능이 작동하는 이성이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혹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상태의 식물인간 같은 것이 좀비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좀비형의 인간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이런 사회적 좀비 바이러스는 대를 잇거나 주위사람에게도 얼마든지 감염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사고나 시민의식이 없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분명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기운이 옮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하버드대학의 경제학과 갈브레이드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인 고통 외에 심리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기이다. 안팎으로 생각지 않은 돌출사건들이 쉬지 않고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국인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 미사일위협 소식이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오고 있고, 미국 내에서는 총기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보스턴에서 개최된 마라톤대회 도중 난데없이 폭탄테러가 발생, 3명이 죽고 18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시민이 폭탄에 맞아 이리 튀고 저리 튀고 하면서 피투성이가 되어 행사장 전체가 졸지에 아비규환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사건이 터지자 저마다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우리는 냉정해야 한다. 좀비나 좀비집단은 바로 이런 불안감과 혼란을 노린다. 3,000여명의 목숨이 한순간에 날아간 9.11테러의 참혹한 사건에서도 우리는 모두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평정심속에서 다 같이 힘을 모아 사태를 의연하게 잘 수습했다. 이번에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사태를 잘 추스리면서 위기를 지혜롭게 넘겨야 한다.
경제는 여전히 풀릴 기미가 없고,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져 가고 있다. 우리들의 피와 살을 먹고 사는 좀비들은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온전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 세계 기독교인이 존경하는 미국인 부흥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매일 영혼을 배불리 먹이고 운동시키지 않으면 영혼은 허약해지고 오그라들어 불행하고 혼란스럽고 불안정해진다.”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혼살찌우기에 혼신을 다할 것을 강조한다.
급속하고 격동적이며 혼란스러운 변화의 시대,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좀비같은 사람이 되지 않고, 좀비에게 화를 당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자신을 잘 지켜나갈 수 있는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열심을 다해야만 될 것 같다.
juyou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