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훈 <사회팀 기자>
요즘 "참 살기 힘든 세상"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아둥 바둥 살아야하는 세상이다 보니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희망’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세상이다.
이런 때에 백혈병과의 힘겨운 사투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힐링’하며 희망을 이어가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바로 본보를 통해 소개<본보 8월22일자 A1면>된 한인 입양 여성 맨디 퍼트니(41)씨다.
퍼트니씨를 만나기 위해 지난 21일 새생명재단, 퀸즈한인회 관계자들과 함께 맨하탄 NYU의대 병실을 찾았다. 병실 앞에서 세균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꼭 착용해달라는 병원 관계자의 말로 퍼트니씨 병세의 심각성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은 것은 죽음의 공포에 신음하는 불치병 환자가 아니라 환한 웃음과 함께 양팔을 활짝 벌린 퍼트니씨의 모습이었다. 머리칼이 사라지고 앙상하게 마른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침대 머리맡에 놓인 예전 사진속의 건강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사실 퍼트니씨의 사연이 더욱 안타까웠던 까닭은 바로 그녀가 친부모의 얼굴을 익히기도 전에 미국으로 보내진 입양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흔히 백혈병은 유전 정보가 서로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 골수를 이식받아야 하기때문에 주로 혈연관계에서 기증자를 찾게 되지만 현재 그녀의 곁에는 피를 나눈 가족이 없다.
퍼트니씨는 "한 번도 내 삶에 대해 원망해 본적은 없다. 양아버지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나 역시 불과 한 달 전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지만, 단 한 순간도 절망한 적은 없다. 너무 훌륭한 가족들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퍼트니씨의 병실은 가족들의 사진과 남편과 두 아들이 쓴 편지로 빽빽이 메워져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글씨로 쓰인 ‘비트 잇’(BEAT IT)이란 단어였다.
퍼트니씨는 "마이클잭슨의 노래 제목인데 가족들이 백혈병을 꼭 ‘처부수고 이겨내라’는 뜻으로 붙여놓았다"며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 관심을 쏟아준 한인사회에 꼭 보답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한국 땅도 꼭 밟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의 마음 한 구석에도 그녀의 승리를 꼭 확인하고픈 간절함이 생겼다.
아직 우리 세상은 ‘참 살만하다’는 믿음을 그녀를 통해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진정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한인사회의 응원과 그녀를 위한 골수기증 캠페인 동참이다. 퍼트니씨가 가족들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뉴욕일원 한인동포들의 도움을 간절히 호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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