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전 언론인)
지난달 10일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대화에서 언급한 미 외교정책의 예외주의에 대해 나는 동감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뿐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이 다 같이 하나라는 진리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인류 대부분의 비극은 모두가 인간의 두 가지 사고방식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것이 내가 가진 소견(所見)이다. 그 하나는 독선독단적인 ‘선민사상(選民思想)‘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세뇌 주입된 백해무익의 ‘원죄의식’이다.
옛날 선인(先人)들의 지혜로운 말씀대로 ‘피아일체(彼我一體)’ ‘물아일체(物我一體)’라고, 곧 너와 내가, 모든 물체와 내가 같은 하나임을, 우리 모두가 친척으로 서로 서로의 분신임을 진작부터 깨달았더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훨씬 더 좋아졌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너를 해치거나 도우면 나 자신을 해치거나 돕는 것이고, 자연을 파괴하거나 헤아릴 때 나 자신을 파괴하거나 헤아리는 것이 된다. 그래서 독일의 신비주의자 야콥 뵘므(1575-1624)가 믿었듯이 “영원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 그 자체가 되는 그 일 순간”이 가능한 가 보다.
나의 예를 들면, 지금은 북한 땅이 되어버린 평안북도 태천에서 태어났으나 2차대전 종전으로 36년간의 일제식민지통치가 끝나면서 한국이 남북으로 분단될 때 나는 남쪽에 있었고, 동서 냉전 긴장의 분출구로 동족상잔의 한국동란이 일어났으며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요행과 ‘죽기 아니면 살기’의 생존본능에 따라 모든 행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오다 보니 세상에 버릴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12남매 중 11번째로 태어나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한국전 때 나이 열 셋에 집 없는 거리의 소년이 된 나는 어린 나이에 길을 떠났다. 삶의 의미와 자신의 자아의식을 찾아서.
동서양, 남북 어디 출신이든 큰 그림에서 볼 때 우리는 우주란 대양에 표류하는 일엽편주(一葉片舟)와도 같은 아주 작은 별 지구에 잠시 무지개를 타고(‘어레인보우: Arainbow’) 머무는 우주인(‘코스미안 Cosmian’)인 것이다.
현재 있는 것 전부, 과거에 있었던 것 전부, 미래에 있을 것 전부인 대우주를 반영하는 소우주가 모래 한 알, 물 한 방울, 풀 한 포기 그리고 인간이라면 이런 코스모스가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사람이면 그 어느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순간을 위해 너도 나도 우리 모두 하나같이 인생순례자 세계인 아니 우주인 ‘코스미안’이 된 것이 아닐까. 우리 다 함께 ‘코스모스 칸타타(Cosmos Cantata)’ 합창을 부르며 하늘하늘 하늘에 피는 코스모스바다가 되기 위해. 8년 전 암 진단을 받고 나는 내 다섯 딸들에게 남겨 줄 유일한 유산으로 아빠가 살아온 삶을 짤막한 동화형식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무리 힘들고 슬프고 절망할 일이 많다 해도 이 세상에 태어난 게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실연 당한다 해도 누군가를 사랑해본다는 게 못해보는 것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란 사실, 아니 진실이었다. 이렇게 살며 사랑하노라면 자연 비상(飛翔)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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