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군 지도자 부조상 위에 킹 목사 ‘자유의 종탑’ 조성 계획

스톤 마운틴 공원의 남부군 지도자 부조상(AP)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1929∼1968년) 목사의 기념물이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흑인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남부연합군 지도자들의 부조상이 있는 미국 조지아 주 스톤 마운틴 공원에 들어설지 주목된다.
미국 일간지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11일 일요일 특별판에서 스톤 마운틴 공원을 운영하는 스톤 마운틴 기념협회와 흑인 민권 운동 단체가 힘을 합쳐 킹 목사의 기념물을 산 정상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공원은 미국 조지아 주 소유이나 운영은 스톤 마운틴 기념협회가 독자로 한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 도심에서 동쪽으로 25㎞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스톤 마운틴은 세계 최대의 화강암 공원이다.
지상에서 122m 높이에 있는 바위산의 측면에는 남북전쟁 때 북군(연방군)에 대적한 남부연합군의 영웅인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연합 대통령, 로버트 리 장군, 토머스 스톤월 잭슨 장군 등 3명을 기리는 가로 57.9m, 세로 27.4m 크기의 부조상이 있다.
지금은 연간 4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이 지역의 관광 명소로 널리 알려졌지만, 스톤 마운틴은 백인 우월주의 인종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이 노예 해방 후 흑인을 습격하기 위해 집결한 장소로 ‘KKK의 본산’이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
이곳에 흑인의 자유를 설파하고 흑인과 백인의 차별 없는 평등을 위해 목숨을 바친 킹 목사의 기념물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스톤 마운틴 기념협회는 남부군 지도자 부조상 위이자 산꼭대기에 ‘자유의 종탑’을 세우고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의 한 구절인 ‘내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말과 ‘조지아 주의 스톤 마운틴에서 자유가 울리게 하라’라는 문구를 함께 새길 참이다.
빌 스티븐스 스톤 마운틴 기념협회 최고 경영자는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과의 인터뷰에서 "2년 전 킹 목사의 ‘내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 50주년을 기념해 민권 운동가들과 만나 자유의 종탑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1963년 워싱턴D.C.에서 한 킹 목사의 ‘내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은 킹 목사 측에 저작권이 있기에 이 문구를 종탑에 새기려면 유족과 재단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킹 목사 유족 측은 스톤 마운틴 기념협회의 제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현재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스티븐스 최고경영자는 덧붙였다.
스톤 마운틴 기념협회는 또 주차료와 입장료를 활용해 남북전쟁 때 흑인 병사의 모습을 영구 전시하는 방안도 아울러 추진 중으로 공화당 소속인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도 이 계획을 승인했다.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에 따르면, 킹 목사와 남부군 지도자의 ‘역사적 화해’ 추진 소식에 반응은 엇갈렸다.
’남부연합군의 자손’ 조지아 주 지부장인 팀 필그림은 "마치 정부가 킹 목사의 기념물 위에 남부군 지도자의 부조상을 올리라는 것과 같다"면서 "그러면 킹 목사 지지자들의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모욕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단체의 대변인인 댄 콜먼도 "킹 목사와 남부연합군은 아무 연관이 없다"며 조성 계획을 반대했다.
킹 목사와 인권 운동을 함께한 조지프 로워리 목사는 "’딥 사우스’(보수적인 남부)를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놀라운 발상"이라면서 "킹 목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자유의 종탑을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공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주민 중에서도 ‘진보를 향한 작은 첫 걸음’이라며 이 계획에 찬성하면서도 아예 남부군 지도자 부조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견해를 낸 이도 있었다고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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