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여년만의 ‘꿈 같은’상봉길- 남북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60여년을 기다린 끝에 눈물의 상봉을 했다. 남북 합의에 따라 실시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1회차 첫날인 20일(한국시간) 오후 3시30분(LA시간 19일 오후 11시30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려 남측 상봉 대상자 96가족이 꿈에 그리던 북한의 가족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한국시간 이날 오전 속초에서 이산가족 권오희(97)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금강산 상봉 장소로 가는 버스로 향하고 있다. <연합>
한반도 분단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60여년의 세월만큼 깊었다. 2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금강산으로 떠난 남측 이산가족은 총 96가족, 389명. 이들과 만나는 북측 이산가족 인원은 방문단과 동반 가족을 포함해 모두 141명이다.
◎…60년이 넘는 분단의 세월 탓에 이번 이산가족 상봉단 중에는 이미 90대 고령이 된 노인들이 상당수다. 북에 사는 의붓아들 리한식(80)씨를 만나기 위해 상봉단에 등록한 권오희(97) 할머니와 북측 김남동(83)씨의 오빠 김남규(96) 할아버지 등은 남측 상봉단에서 가장 고령에 속한다. 1차 상봉에 나서는 북측 상봉단의 최고령자는 리홍종(88), 정규현(88), 채훈식(88)씨로 알려졌다.
◎…”총각으로 돌아가신 줄 알고 20년 동안 제사를 지내드렸는데, 이렇게 뵙게 된다니 너무 설렙니다”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쪽에 있는 시아주버니 김주성(85)씨를 만나게 되는 조정숙(79)씨는 이같은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주성씨의 동생이자 조씨의 남편 김주철(83)씨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형 주성씨를 마지막으로 본 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아내 조씨는 “상봉 소식을 열흘 전에야 들은 것 같다”며 “남편이 형 소식을 듣고 눈에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북측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재회하는 남측 상봉 대상자 96가족, 389명 가운데는 이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사는 이순규(84) 씨도 남편 오인세(83) 씨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이 때문에 37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그는 백년가약을 맺은 지 불과 7개월 만인 1950년 7월 임신한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남편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그는 “동네 사람이 10일만 훈련받고 보내준다고 데려갔는데 그 길로 헤어졌다”면서 오래된 놋그릇과 구두, 장기알 등 남편의 체취가 밴 소지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남측 이산가족들은 버스 16대에 나눠타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숙소를 떠났다. 이산가족들은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낮 12시40분께 중식 장소인 금강산 온정각 서관에 도착했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리는 ‘단체상봉’을 통해 헤어졌던 가족과 첫 대면을 했으며, 이어 이날 저녁 남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21일에는 개별·단체 상봉, 공동중식을 하며,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작별상봉’ 등 2박3일간 모두 6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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